4·11 총선의 최대 변수로 민간인 불법 사찰과 2040세대의 투표율이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지시해 2600명의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문건이 새로 공개되면서 정치권이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고 있다.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투표율에도 여야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체 판세분석에서 새누리당은 70석, 민주통합당은 104석밖에 못 건질 것이라고 하는 등 엄살을 떨고 있는 것이다. 모두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다.
□ 민간인 사찰, '정권심판론' 불붙이나 =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새로운 문건이 공개되면서 정권심판론에 불붙고 있다.
KBS 새노조가 공개한 이 문건에는 고위공직자와 언론인, 재벌, 금융계 인사 등 2600명에 대한 민간인 사찰 내역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이 문건에는 미행한 기록부터 불륜 사실 등 사생활침해 내용이 담겨 있다.
더구나 이 문건에는 'BH 지시사항'이라고 적혀 있어 청와대가 개입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BH는 통상 '블루 하우스'를 일컫는 말로 청와대를 지칭한다.
이에 더해 이 사찰 사건을 변호하기 위한 자금을 국세청이 댄 것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 권재진 법무장관과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의 은폐 의혹 등이 맞물리면서 사건의 파장이 전 부처에 미칠 전망이다.
이에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음을 끊임없이 주장하던 민주통합당은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MB·새누리 심판위원회의 위원장은 30일 "이제는 범국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답을 요구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MB 심판론'을 공감하는 국민들의 표심을 자당의 지지율로 끌어들이지 못한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부동층이 투표장으로 나서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기회가 된 셈이다.
이에 그동안 민간인 사찰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던 새누리당이 이날에는 "민간인 사찰의 실태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민간인 사찰의 전모를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논평까지 냈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 2040세대 투표율이 '관건' = 2040세대를 투표장에 나서게 하느냐도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다.
부동층은 대개 투표장에 잘 나서지 않는 2040세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안철수 효과'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이슈로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슈들이 확 줄었다.
특히 한·미 FTA 반대에 대한 정체성 문제를 보여줬던 김진표 원내대표의 공천을 비롯해 불거졌던 민주통합당의 공천 잡음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여론조사 조작 논란이 젊은층의 관심을 뚝 떨어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된다면 야당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 가뜩이나 반MB-반새누리당 정서의 젊은층이 민주통합당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보수층이 투표장에 대거 나온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는 자신들의 표밭 다지기를 위해 '위기감' 조성에 나섰다. 총선 판세가 서로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130석은 가능할 것이라던 새누리당은 급기야는 70석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5% 숨은 야당 표를 감안하더라도 유리할 것이라던 것과는 상반되는 분석이다.
더구나 새누리당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은 "야권이 이기는 곳은 146개로, 비례대표를 포함해 190석을 가질 것으로 초반 판세가 전망된다"고 주장하면서 엄살 판세에 기름을 부었다.
104석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던 민주통합당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야권이 190석을 석권할 것이라는 주장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우리 후보가 우세한 지역이 38곳"이라며 판세를 분석했다.
결국 여야가 주장하는 의석을 모두 다 합치면 174석으로 전체 지역구 246석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판세분석에 여야의 지지층 혹은 부동층이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고 투표장에 나오느냐가 이번 선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