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평가와 이전 가격의 조화(下)–최근 세법개정안에 대한 평가

최근 세법개정안에 대한 평가

최근 개정된 세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 시장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이제야 비로소 정부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인 것이다.

물론 동 개선안의 실질적인 성과는 향후 국세청과 관세청의 운영 여하에 달려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세 제도상 관세 평가와 이전 가격 세제의 조화를 도출할 기본적인 틀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수입업자들이 이전 가격 설정시 국조법에 따라 행하는 소위 '보상조정'(compensating adjustment)이 관세 평가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 해결방안도 금년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면 금상첨화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준다.

왜냐하면 이러한 보상 조정과 관련된 문제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관세평가제도와 이전가격과세제도의 차이로 말미암아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보상 조정이란 특수관계 기업간의 국제거래 시 정상가격(arm’s length price)을 기초로 목표 이익률(arm’s length margin)을 설정하고, 특수관계기업간에 잠정적으로 적용한 가격에 의한 이익률이 동 목표 이익률과 다른 경우에는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거래 가격을 조정하여 세무 신고를 하도록 하는 것을 일컽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 신고와 관련하여  국조법에 의해 그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에 소재하는 모회사(A)가 생산한 제품을 한국의 자회사 (B)가 수입하여 한국시장에서 판매하는 경우, B가 실제 국내판매한 물품의 매출액과 일반 경비를 기초로 산출된 영업이익률이 독립된 제3자간의 정상이윤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물품의 수입가격을 낮추어 당초 정하였던 수입가격과의 차액을 A가 B에게 지급한다.

또 위 영업이익률이 상기 정상이윤율을 초과한 경우에는 당초 정하였던 수입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입가격을 조정하면서 법인세 신고도 그와 같이 하도록 하는 것이 '보상조정'이다.
이와 같은 보상조정은 OECD 이전가격 과세지침에서도 그 개념이 소개되고 있으며, 미국, 한국등 상당수의 OECD 국가에서 이전가격제도의 일환으로 그 사용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WTO의 관세평가규정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국가에서 관세평가 목적상 보상조정에 따른 수입가격의 변경은 부당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나라 관세당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특수 관계 기업 간에 특정한 영업이익률 수준을 유지하도록 수입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특수 관계가 없는 자 간에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 방식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관세법 제30조에 따라 수입자와 수출자 간의 특수 관계가 거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아 수입자의 수입신고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 제33조에서 규정하는 ‘국내 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가격결정 방법’에 의해 관세 과세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국조법에서 규정한 보상조정 규정만을 고려하여 수입 가격을 조정한 기업들은 관세법에 의해 예상치 않은 추징을 당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금년에 구성된 ‘이전가격 과세제도 개선 태스크포스팀'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를 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했으나, 아쉽게도 금번 세법개정안에는 그 해결책이 포함되지 못하였다.

물론 이 문제는 이전가격과세제도에 대한 국제적 과세지침을 제정하는 OECD와 관세평가제도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제정하는 WTO 간에도 그 해결방안 명쾌하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수년에 걸친 양 기관간의 협의시 현행 WTO의 관세평가제도상의 “잠정가격(provisional price)제도”를 활용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도 제시된 바도 있고, 실제로 영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거래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을 관세당국이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동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예규가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생산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세당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이전가격제도의 하나인 보상조정 문제가 관세법상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은 충분히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번 한 차례의 세법 개정으로 관세 평가와 이전 가격의 조화를 위한 완벽한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보상조정 문제는 이전가격담당자가 실무상 자주 접하는 주요 애로 사항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세무당국과 관세당국 간에 이에 대한 전향적인 조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