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디지털 전환, 향후 15년 내 결정될 것"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측면(△금융 안정성 △투자자 보호 △산업 육성)에서 현 디지털자산 정책의 방향성을 점검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2' 박람회에서 '디지털금융의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 "디지털자산, 금융 안정성 위협할 수 있어"

이날 세미나에서는 디지털자산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펜데믹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과 주식시장 간의 연결성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펜데믹을 기점(2020년 1월)으로 비트코인과 코스피 사이의 가격 상관관계가 22.36%에서 83.80%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두 시장 간의 연결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시장이 흔들릴 경우 금융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도적 보완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가계 및 기업의 디지털자산 보유 규모와 분포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한편, △건전성 관리 △정보 비대칭 해소 △주기적인 위험성 평가와 관련한 각종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준비자본 구성에 대한 투명한 공개, 준비자산 적립 의무 등 엄격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시장감시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우선 과제"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시장 감시가 꼽혔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교수는 "단일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시세조종(Market Manipulation)에 노출되기 쉽다. 박선영 교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85%의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시장 가치가 100억 원 미만이며, 36%는 1억 원 미만으로 시가총액이 작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통계를 인용해 "현재 대한민국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61%가 단독상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가상자산들은 상장된 거래소가 아니면 가격과 거래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기 어렵다. 박선영 교수는 "거래 데이터를 갖고 있는 개별 거래소의 시장 감시에만 의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의 자율 규제 개선 노력 중에서 시장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금융의 디지털 전환, 향후 15년 내 결정될 것"

금융기관이 향후 15년 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인력의 90%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인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소니와 삼성을 예로 들며 "향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1등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지갑 서비스 확대가 글로벌 금융 경쟁력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날로그 머니'가 '디지털 머니'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75억 명의 디지털지갑에 올릴 수 있는 토큰 자산이 전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인 교수는 "여기에 △코인 담보 대출 △커스터디 △결제 및 송금 △신용평가 서비스를 더하면 디지털자산은행이 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은행 설립은 정부의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특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호 교수는 "기존 금융으로 리스크가 전이되지 않도록 테스팅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편, 디지털경제 G2 도약을 위해 "일정 규모나 시기가 지나면 규제 샌드박스를 받도록 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