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확충·공공의료 확충 이견 좁히지 못해"
"복지부, 실행 계획 없이 검토하겠다는 말만"
"예산 문제인데 기재부 협상단 포함 안 돼"
"기재부 면담 요청에도 답변 없어...나 몰라라 해"
김부겸 "마지막까지 대화 끈 놓지 않을 것"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내달 2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복지부-보건의료노조 12차 노정 실무협의에서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선별진료소 등 현장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무교섭 단장을 맡고 있는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31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8대 과제 주요 쟁점 안에 22개 세부 과제들 중 비쟁점인 사항들은 의견 접근을 했지만 가장 해결해야 될 부분인 의료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에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송 사무처장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이날 새벽 5시까지 약 14시간동안 복지부와 실무협의를 했으나 재정이 투입되는 문제인 의료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 등 두 가지 요구 사항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협상 여지를 열어두는 한편, 요구 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오는 2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송 사무처장은 '인력 확충'과 관련해 "당장 재정이 투입되는 부분에 있어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라며 "간호사들이 떠난 상태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절대적인 업무량을 줄이려면 1인당 환자수를 줄여야 된다는 게 큰 과제다. 그것에 대해 (복지부가) 어려움을 많이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송 사무처장은 또한 정부가 경력 간호사 충원 문제를 책임져 줘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복지부가 의견을 못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규 간호사들이 1년 안에 2명 중 1명꼴로 나가기 때문에 경력 간호사가 너무 부족하다. 경력 간호사가 부족하면 환자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력 간호사를 빨리 안정화 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복지부가 (간호사 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송 사무처장은 "복지부는 간호학과 정원을 늘리는 정책을 써왔는데 왜 안 되냐. 배출되는 학생 수, 간호사 수는 늘어왔는데 왜 임상에는 간호사가 없는 거냐고 한다"라며 "원인을 확인해보니 간호사들의 교대 근무제부터 처우가 너무 안 좋아 결국 떠날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십수 년 전부터 정부에 간호사 인력 문제를 제기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간호사 부족 문제가) 증폭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진행자가 '공공의료 문제에 대해 정부가 뭐라고 하는가'라고 묻자, 송 사무처장은 "중장기적으로 병원 짓고 기존 병원 증축 등 인프라 형성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이나 시기도 없이 마련한다 내지 노력한다, 검토한다 이런 정도"라고 답했다.
◆ 보건의료노조 "기재부 면담 요청에도 답변 없어...나 몰라라 해"
'(인력과 의료 확충 등이) 예산 문제로 귀착되는데 기재부가 협상단에 포함돼 있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송 사무처장은 "보건복지부와 질병청이 (협상에) 나오고 있고 기재부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하는 것은 물론, 노조가 지난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어떤 회신 없이 기재부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송 사무처장은 복지부가 기재부와 어떤 협의를 하고 있는지, 조율이 있었는지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에서 예산을 잡더라도 기재부가 칼질하면 끝이다'는 점에 대해 "그렇다. 기재부가 움직여줬으면 좋겠다"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와 지난주 만나 이야기한 바로는 적극적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 표명하셨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예산도 필요한 부분이라 정부 의지와 국회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접촉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송 사무처장은 12차 교섭이 정해진 교섭으로는 마지막 교섭이었으나 정부안이 전향적으로 다시 나온다면 추가 논의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보건의료조노조는 정부에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원 확충 ▲코로나19 의료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등급제도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의사 인력 확충 등 8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보건의료노동자로 구성된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124개 지부(136개 의료기관)가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등을 보는 '빅5' 상급종합병원 중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이 노조에 속해 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달 2일 예고한 보건의료산업노조 총파업에 대해 "정부는 공공의료 투자 확대와 함께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노조 측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라며 "최선을 대해 협의에 참여하고 있고 마지막까지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의료노조 관련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