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정세은 교수 'K 양극화 극복을 위한 증세 돌파구로서의 사회연대세' 제안
◆…지난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2021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세은 충남대 교수.(사진 :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발생 이후 K자 양극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회연대세'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지지가 커지면 '사회보장세'로 확대 재편해 복지국가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 : K 양극화 극복을 위한 증세 돌파구로서의 사회연대세)를 '2021 두 번째 예산춘추(통권 제 62호)'에 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른바 'K 양극화'로 불리듯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기술, 바이오 기술을 가진 부문은 특수를 누리는 반면, 임시일용직, 자영업 종사자, 단순 직종, 판매 서비스 종사자, 음식·숙박업, 서비스 업종 부문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양극화는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하기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를 괴롭혀온 문제이지만 취약 노동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이 코로나19로 인해 계층 전체가 동시에 직면하는 문제로 확대됐다는 것이 정 교수의 분석.
그는 "집단면역이 완성되면 무너졌던 경제의 한 축은 다시 회복되겠지만, 그때가 언제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며 일부는 느리게 회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일부는 아예 항구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여유 계층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3월 기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 규모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 20개국 중 14위를 차지했다면서 20개국 평균 재정지원은 GDP의 9.2%, 금융지원은 11.3%인 반면 우리나라는 각각 3.4%, 10.2%였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위기가 진행되고 K자 양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편에는 여전히 여유 있는 혹은 코로나19 특수를 보는 계층이 존재하므로 이들에게 소폭이나마 추가 세부담을 지게 함으로써 사회통합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에서 더욱 아쉬운 점이 바로 이러한 방안을 적극 추진해볼 엄두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일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것이 정말로 두렵다면 이와 같은 증세 방안을 동원해서라도 과감한 피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연대세 도입 시고려해야 될 부분은?
국내에선 최근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증세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이 작년 11월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해 사회연대 차원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특별재난연대세'를 부과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들 수 있다.
개인의 경우 종합소득 금액이 7천만원 이상이고 그 전 해에 비해 소득이 1천만원 이상 증가했을 때, 법인의 경우 소득이 100억원 이상이고 그 전 해에 비해 소득이 50억원 이상 증가 했을 때 5%만큼 추가로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부과하자는 제안이다.
특별연대세로 추가로 걷힌 국세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재난관리기금에 1/2을, 고용보험법의 고용보험기금에 1/2을 적립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시의적절한 제안이지만 실제 도입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떤 기준 이상을 넘으면 소득이 많아져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한다는 점, 초과이익이라는 개념이 애매하다는 점, 초과이익이 정의되어도 그것이 단순히 코로나19 특수가 아니라 생산성과 노력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 바로 전 해에 비해서 소득이 오르는 경우를 대상으로 했는데 그럼 첫 번째 해에 소득이 증가했다가 두 번째 해에 그대로라면 코로나19 특수를 더이상 누리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점 등이 정 교수가 제시한 문제점들이다.
그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와 유사하지만 조금 더 누진적이고 초과이익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연대세를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제안한 안은 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해 3년간 한시적인 증세를 실시하되 소득세는 과표 4600만원 초과 구간부터 5~15%p, 법인세는 과표 200억원 초과 구간부터 3%p를 인상하는 것이다.
한편 중상위 구간의 소득세 세율을 인상하고 모든 소득이 이의 적용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연대세는 근로소득뿐 아니라, 사업소득, 양도소득도 과세 대상으로 한다.
정 교수는 "소득세나 법인세에 부담시키는 것보다 자산에 부담시키는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도입은 천천히 고려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강화된 종부세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도 전에 이와 독립적으로 새로운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은, 분명 부동산이 그 중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답답한 상황 타개하는 수단 될 것"
정 교수는 사회연대세는 세수 규모보다는 코로나19 이후 세제 개편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수준 높은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조세제도도 장기적으로는 보편성을 지향해야겠지만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누진적으로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사회연대세는 복지를 위한 증세 과제에서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는 전임 정부보다 더 빠른 복지지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복지를 중시하고 있지만 복지 확대 속도는 그렇지 못하다"며 "속도가 더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를 받쳐줄 증세 논의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 정부 들어서는 최상위 구간에 대해서 증세가 이루어졌을 뿐 조세부담률이나 국민부담률은 변화가 없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의미 있는 증세는 실행되지 못했다. 사회연대세는 이러한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사회연대세가 일단 도입되면 향후 본격적인 사회보장세로 확대 개편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복지증세가 미루어진 것은 정치권이 이것이 야기할 지지율 하락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민들이 증세에 대해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세금을 더 냈을 때 나와 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지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거부감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목적세는 증세와 복지를 연결함으로써 이를 해소해 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복지증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사회연대세는 일단은 한시적으로 도입하자는 것이 시민단체의 제안이지만 향후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커진다면 얼마든지 사회보장세로 확대 재편해 수준 높은 복지국가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