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100대 기업, 상반기 영업이익 전년比 28.7%↓
불확실성 대비로 차입 늘어…현금성자산 19.2%↑
실적 악화에도 투자는 8.0% 소폭 늘린 63.2조
"기업 자금 생산적 부문에 유입되도록 지원정책 필요"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예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매출액 10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현금성자산(현금·현금등가물+단기금융상품)은 올해 6월말 기준 312조600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262조4000억원)보다 50조2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100대 기업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기업의 현금성자산 증가 원인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엔 영업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이 77조원으로, 투자활동 현금흐름(순유출) 57조3000억원보다 20조원 가량 많았다. 그럼에도 재무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이 32조6000억원이 늘었다.
한경연은 "과거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투자·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면, 올해 상반기엔 오히려 차입을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매출액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8.7% 감소한 33조9000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뚝 떨어졌지만 투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8.0% 늘린 63조2000억원이었다. 상반기 투자액 중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25조원)로 나타나 반도체가 투자의 '버팀목' 역할을 한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은 0.54에 불과했다.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이 투자 집행액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영업이익이 투자액을 크게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됐을 땐 기업 투자여력 약화·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게 한경연의 지적이다.
기업들은 5G, 자율주행, 반도체 등 코로나19 이후 유망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업종별로 통신(19.6%), 자동차(11.1%), 전기전자(7.7%)의 상반기 투자증가율(전년동기대비)이 돋보였다. 반면 음식료(-48.9%), 유통(-56.7%) 등 내수업종의 투자는 급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비록 상반기에는 기업 투자가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기업의 투자여력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기업이 확보해 둔 자금이 R&D 투자 등 생산적 부문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