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할 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 거부권 행사시, 與 자동폐기(?)…野 메르스법 제외 일반법안 '보이콧'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5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입법부 대 행정부' 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당청과 당내 비박 대 친박 간의 격돌 역시 예정된 수순이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수정된 개정안에 대해 "한 글자만 고쳤던데 우리 입장이 달라질 게 없다"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확실히 되고 있다.
거부권 행사시기는 25일로 예정된 국무회의가 유력하다. 메르스 사태 종식이 급한 상황인만큼 25일 보다 이달 말인 30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임하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24일 KBS라디오 나와 "개정안은 국회가 시행령을 강제로 조정하겠다는 발상을 지닌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위헌"이라면서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당연히 시정을 요구해야 하며, 거부권 행사는 책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 여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법안 '자동폐기'를 하는 방법이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의지가 강해 여당으로서는 국회 재의절차를 밟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야가 재의 절차에 합의해 국회 본회의를 열어 재의결을 해 통과시키거나 부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당 내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아예 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동 폐기' 수순을 밟자는 의견이 강하다.
개정안을 합의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시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따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의를 반대하는 의원이 많고 자동폐기를 주장하는 의원이 다수일 경우, 재의 절차를 밟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야당의 반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메르스 관련 법안을 제외한 다른 법안에 대해 '보이콧'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이런 방침을 정하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통해 이를 여당 측에 전달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일단 메르스 법안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협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 메르스 사태, 與도 '대통령 책임론' 거론…靑 "사태수습 먼저"
메르스 사태 악화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이 거세지자 여당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전날(23일) 메르스 전염이 가장 많이 확산된 삼성서울병원 문제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중진인 심재철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초기 실패부터 다시 되짚어보면서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해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이 각자 철저히 반성문을 써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인 하태경 의원 역시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메르스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 의원은 이날 오후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질의자로 나서 "정부는 국민에게 낙관적으로 말하고 싶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론과 관련해 "메르스 퇴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메르스 사태가 조기 종료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 그렇다면 이미 수십 번 사과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이 사태를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는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은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이 지금 국회상황도 볼 것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사태 수습 후,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등 메시지를 발표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