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기울어진 대일외교, 명분도 실리도 못 챙겨"

[인터뷰] ’백범 김구 증손자’ 민주당 김용만 당선인

“김구 후손으로서 역사왜곡에 분명한 목소리 낼 것”

"정치를 해야겠다고 확고하게 마음먹은 것은 윤석열 정부의 역사왜곡 때문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결정,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이승만 기념관 설립시도 등 한국의 뿌리를 흔드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는데, 백범의 후손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기엔 너무 괴로웠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당선인(경기 하남을)은 '어떻게 정치 입문을 결심하게 되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와 같이 답변했다. 조세일보는 지난 1일 김 당선인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공군 장교로 복무한 후 방산기업에서 일한 이력이 눈에 띈다.

몸은 미국에 있으며 학업에 집중했지만, 마음은 조국인 대한민국에 있었다. 백범 후손으로서 군 복무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군 복무기간 중 자주국방에 대한 생각이 커져 방산업체 근무로 이어졌다.

ㅡ 본래 한국 정치권에 관심이 있었는지, 어떻게 정치 입문을 결심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2015년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을 시작으로 역사 관련 활동을 하게 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졌다. 정치를 해야겠다고 확고히 마음먹은 건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 때문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결정,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이승만 기념관 설립시도 등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가만히 지켜보기에는 너무 괴로웠고, 백범의 후손으로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치 참여를 결심했다. ㅡ 22대 국회의원 당선 시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증손이라는 점이 화제가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일외교 관련 의제가 계속 화두에 오르는데, 윤 정부 대일외교 정책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냉정하게 말하자면, 명분과 실리 둘 다 챙기지 못한 실패한 외교라고 생각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일본 교과서의 역사왜곡 및 독도 관련 논란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외교 성과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나머지 물컵의 반을 채울 것'이라며 기대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와 관련해 사과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채운 반 컵의 물을 일본이 마셔버리고는 물 더 내놓으라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라인'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기울어진 외교가 이제 민간의 영역까지 확대돼, 일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핍박받고 있다.

ㅡ 윤 정부는 지난해 3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강제징용이라는 역사를 '그냥 덮고 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덮일 사안도 아닐뿐더러, 정상적이지 않은 해법을 내놓으니 여기저기서 충돌이 생기고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대법원 판결과 충돌된다. 지난 2012년 5월,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개인 청구권이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후 11년 가까이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방식이기도 하다. 잘못한 사람과 사죄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제3자가 나서서 변제하냐는 것이 피해자분들의 입장이다. 결국 피해자·유족 4명은 배상금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또 우리 정부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가해자는 일본 정부와 기업인데, 이들에게 지불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가해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ㅡ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논란이 여전하다. 정부 측에서는 흉상 인물들의 소련 공산당 가입이력 및 독립운동을 존중한 독립기념관으로의 이전 등의 해명을 내놨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백범은 임시정부 아래서 국가의 토대를 생존시키기 위해 무력투쟁 노선을 강조했다. 그 결과, 한인애국단 창단부터 광복군 창설까지 이끌어냈고, 해방 후 국군의 뿌리가 됐다.

정신적 뿌리를 넘어 실체적인 정통성도 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 직후 '군사광복정책'을 중심으로 실질적 군사제도를 마련했고, 군대 편성 및 법령·조직규칙 제정부터 병력의 모집·양성·훈련까지 세세하게 추진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수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추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군 '홍범도함'을 명명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유해 봉환을 완료한 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헌법정신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국군은 당연히 임시정부에서 출발한다. 좌우 이념이 아니라 헌법 정신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ㅡ '눈 내린 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백범 김구 선생이 자주 되뇌었다는 시의 한 구절이다. 김구 선생의 증손이라는 정체성을 안고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는데, 22대 의원으로서 '어떤 길'을 걷겠다는 포부를 밝혀달라.

백범의 길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도(邪道)'의 길을 배격하고 '정도(正道)'의 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백범은 왕조시대·경술국치·독립운동·해방·분단·신탁통치·정부수립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사심으로 타협하고 침묵하지 않았다. 상민 출신으로 임시정부 주석이 된 후에도 초심과 종심이 다르지 않았고, 평생 '사심(私心)'없이 '공심(公心)'으로 정치를 해왔다.

백범의 후손으로서 이러한 백범의 길을 따라 걷고자 한다. 앞으로 의정활동에 있어서 '공심'에 기반한 올곧은 의지와 신념으로 '정도'의 길을 내겠다.

■ 김용만 당선인은?

김 당선인은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하와이로 유학을 떠나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미국 영주권을 신청하지 않고 2010년 귀국해 공군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의 할아버지는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고, 아버지는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다. 병무청은 지난 2014년 김구 선생의 광복군 창설 공로를 인정했고, 김 당선인 일가는 4대가 국방에 헌신했다는 내용으로 '병역명문가 특별상'을 수여받았다.

김 당선인은 전역 이후 2014년부터 방산 제조업체인 LIG넥스원에서 6년간 근무했다. 2015년에는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2022년 1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 민주당은 지난 1월 그를 총선에 투입할 '8호 인재'로 선정했다. 이후 4·10 총선에서 경기 하남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