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외정보국장 "나발니 사망은 자연사…음모 없었다"

러시아 국영TV 방송에서 “인생 끝나면 언젠가 죽어”

교도소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연사했다"고 러시아 대외정보국장이 밝혔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의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 방송에 출연해 "나발니는 자연사했다"고 주장했다.

나리시킨 국장은 "나는 특별한 음모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빠르든 늦든 인생이 끝나면 언젠가 죽는다"며 "나발니는 자연사로 죽었다. 그렇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가 나발니의 사망 원인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나발니의 모친인 류드말리 나발나야는 아들의 사망 진단서에 '자연사'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등 반정부 운동가로 활동한 나발니는 지난달 16일, 47세의 나이로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사인을 조사 중이라며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후 그의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살해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반정부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후 서방 민주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를 명분으로 한 대(對)러 추가 제재가 단행됐다.

나발니는 2020년 독일로 향하던 기내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했으며 당시 나발니를 치료한 의료진과 독일 측은 그가 러시아가 개발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초크'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나발니는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며 러시아로 귀환한 뒤 체포됐으며 사기와 법원 모독죄로 수감됐다. 독립 매체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그는 1,120일을 감옥에서 보냈으며 이 중 300일 이상을 독방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