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협·비용 증가에 따라 원유 거래 국소적으로 변해
1월, 美→아시아 유입 석유, 전달比 37.2%감소
"韓·인도 등 수입의존도 높은 국가, 공급망 다각화 난항"
◆…수에즈 운하를 지나고 있는 화물선 <사진 로이터>
홍해의 안보 악화로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무역 차질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선적량이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최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세계 해상 운항 20%가 이뤄지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오사마 라비에 수에즈 운하 국장은 지난 2일, 지난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후티 반군이 상선과 군함뿐 아니라 영국 유조선에까지 공격을 가하면서 국제유가 및 원유 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키우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홍해 안보가 악화되며 무역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 원유 거래가 국소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는 안보 위협으로 더 가까운 곳에서 원유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해와 지중해를 포함한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무역과 페르시아만, 인도양 및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지역 사이 무역 분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Kpler)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아시아로 유입된 석유는 하루 평균 87만8600배럴로 전달 12월 대비 37.2%가량 감소했다.
케이플러는 또한 이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유조선의 운송량이 지난해 11월에 비해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액화석유가스와 액화천연가스의 경우 무려 65%, 73%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따라 한국, 인도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석유 공급망 다각화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업체의 경우 급격히 변하는 시장 역학에 대응하는 유연성이 제한돼 결국 마진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다각화가 가능할지 몰라도 가격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한 정유소의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 단체들을 일컫는 '저항의 축'에 속하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홍해에서 선박을 겨냥, 공격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후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하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수에즈 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우회할 시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무려 9,000km 늘어나며 운행 시간도 7~10일 추가된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지난달 29일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한 이래 수에즈 운하 운송량이 4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한 주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선박의 운송 횟수는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는 세계 컨테이너 운송의 20%, 세계 무역의 12~15%를 차지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