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실험 논란"…미국에서 '질소가스 사형' 처음으로 집행

마스크로 질소가스 주입 후 저산소증 유발

유엔 "고문을 금지하는 인권법규에 위반"

26일(현지시간) AP통신·더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사법 당국은 25일(현지시간)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케네스 유진 스미스(58)에게 질소 가스 주입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스미스의 공식 사망 시각은 25일 오후 8시 25분이며 사형 집행 시작 22분 만에 사망이 선고됐다.

질소가스 주입 사형은 사형수에게 튜브가 달린 마스크를 통해 질소를 주입시키면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앨라배마주 당국은 "지금까지의 사형 집행 방법 중 가장 인도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형 집행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스미스의 죽음이 전혀 인도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그가 몇 분 동안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보였으며 최소 2분간 몸을 흔들고 경련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사형 집행을 목격한 제프 후드 목사는 "내가 본 것은 몇 분 동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주 주지사는 사형 집행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스미스의 요청에 따라 질소가스에 의해 합법적으로 집행됐다"고 밝혔다. 스티브 마셜 앨라배마주 법무장관도 "질소가스 사형 집행이 효과적이고 인간적인 처형 수단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형집행은 법정공방 속에 강행됐다. 당초 오후 6시에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이 스미스의 최종 상고를 심리하면서 사형 집행이 연기됐고 오후 8시 직전에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형이 집행됐다.

이날 다른 2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과 함께 스미스의 사형집행에 반대 의견을 낸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앨라배마주가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사형집행 방법을 실험할 '기니피그'로 스미스를 선택했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미스도 2022년 약물 주입으로 처형될 예정이었으나 앨라배마주 당국이 치사량의 주사를 놓을 정맥을 찾지 못해 집행이 중단됐다. 결국 당국은 약물 주입 대신 질소 가스 주입 방식으로 변경했다. 해당 방식은 앨라배마와 오클라호마·미시시피 등 3개 주에서만 허용됐으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집행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인권단체들은 생체 실험이나 다를 바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스미스 변호인은 "첫 번째 사형 집행 실패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스미스에게 두 번째 사형 집행 시도는 잔인하고 비정상적"이라면서 미국 수정헌법 제8조의 보호 조항을 위반한다며 사형집행을 막아달라고 청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소속된 전문가들도 질소가스 사형이 고문을 금지하는 인권법규를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죽기 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죽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질소가스 사형 집행 방법이 널리 알려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