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뼈 깎는 '자구노력"..."오너 위한 자구안"
"외담대 정리하지 않고는 신뢰 축적 어려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자구안 계획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신청 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언급했는데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닌가 의심하는 채권단 입장이 일부 수긍 가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지원하기로 한 자금이 태영건설 지원이 전혀 쓰이지 않고 총수 재산의 핵심인 TY홀딩스 지분을 지키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를 언급하며 태영을 비판했다.
그는 "태영건설은 부동산 호황기 동안 시공과 시행 등을 한꺼번에 도맡아 하면서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벌었고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 증식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볼 때 '견리망의(見利忘義·이익을 보면 대의를 잊는다)'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태영건설이 지난 29일 만기를 맞은 1485억원의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태영건설은 외담대가 상거래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라 워크아웃 대상 채권이고, 워크아웃 신청과 함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적용을 받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모든 상거래채권을 갚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원장은 "외담대를 망가뜨려 놓으면 예컨대 태영건설이 전자어음이나 채권 형태로 자금 융통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며 "외담대를 정리하지 않고는 기초적인 신뢰의 축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외담대가 중요한 걸 태영이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외담대 자금을 채권단에게 떠넘기려 하는지, 공시도 했다고 하는데 이거보다 더 급한 게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