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에 관한 단상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드로스 사망과 함께 몰락한 반면
로마는 카이사르의 피살에도 건재
국가의 영속성 여부는 적합한 지도자승계 시스템 구축 여부에 달려 있어
기업의 승계도 이와 다르지 않아
가업승계 시스템 구축 방안으로 가족지주제 도입해 볼만
로마사를 저술한 고대 로마의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 BC59~AD17)가 던진 질문이다. 그는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는 불세출의 영웅이기에 전투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로마가 승리하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국가시스템 차이를 들었다.
마케도니아와 로마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오로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여 세력을 키워 나간 반면 로마는 철저하게 조직과 시스템으로 움직였다. 카이사르 시절에도 결코 카이사르에게만 의존하지 않았다.
기업체 창업은 그 자체로도 만만찮은 일이지만 애써 키워 놓은 사업체를 승계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역량이 뛰어난 창업자가 일생을 바쳐 일궈놓은 기업체가 승계문제에 봉착하여 타 기업에 인수되거나 해산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도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이 감당하기 힘들다.
승계시스템을 갖춰 놓은 대기업은 그나마 오너 생전에 대처할 방편을 강구할 수 있다. 그러한 시스템이 없는 중소기업은 승계문제에 상속세 부담이 더해져 돌덩이를 지고 자갈밭은 건너는 듯한 고통을 겪는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시에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시스템)는 구비되어 있지만 혼란스러울 정도로 까다롭고 복잡하다.
가업승계의 전제요건으로 물려받는 자를 직계비속으로 한정하고 있고 사후관리도 지키기 어렵다.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면 이연된 세금에 가산세까지 더해서 추징을 당한다.
수 차례의 법령 개정을 통하여 문제점을 보완해 왔지만 여전히 가업승계 특례규정을 활용하는 기업이 미미하다.
중소기업의 오너 중 자녀가 없거나, 있다하더라도 창업자의 고통을 지켜본 자녀들은 물려받기를 꺼릴 수 있다. 따라서 승계자를 자녀로 한정하기 보다는 우리의 종중제도와 유사한 가족지주제 개념을 도입하면 어떨지.
승계자의 범위를 직계비속뿐만 아니라 민법상 친인척까지 넓혀 창업자의 뜻을 이해하고 유능한 후계자를 선임하여 승계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애써 일군 기업이 폐업하는 경우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등이 소멸되고 이는 일자리 상실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업승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알렉산드로스가 일군 제국은 (전쟁이나 내전도 아닌) 말라리아 열병으로 그가 사망하며 멸망한 반면 카이사르는 동료들에 피살되어 생을 마감했지만 로마는 멸망하지 않았다. 12명의 예비 카이사르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량이 뛰어난 창업자도 언젠가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생을 마감한다. 생전에 승계시스템을 구축하여 자신이 세운 기업이 사후에도 영속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마의 승계시스템은 기업의 승계 시스템 구축측면에서도 음미해 볼만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법무법인 원
정찬우 고문
[약력]성균관대 법전원 법학박사, 롯데복지재단 감사
[저술]통일세 도입론/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