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부담에 3천억 감소…현대·대우건설만 법인세 늘어

대형 건설사, 외형 확대 불구 수익성 악화
현대, 법인세 전년비 20%↑…대우는 4% 증가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대형 건설사의 지난해 법인세 규모가 전년도보다 3000여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촉발 이후 자재 가격이 급격히 뛴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의 변동이 컸고 주택경기도 얼어붙어 건설업계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들의 지난해 별도기준 법인세액은 모두 1조 30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1조 6406억원에 비해 20.2% 줄어든 규모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외형 확대는 일궜으나 원가부담이 커진 탓에 이익이 뒷걸음질 쳤고 법인세 규모까지 감소하게 됐다. 10개사의 매출액 합계는 작년 89조 9399억원으로 전년대비 15.4% 늘어났다. 반면 세전이익(법인세차감전순이익)의 경우 4조 5283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1.4% 줄어들었고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21.8% 감소한 3조 2197억원을 기록했다.

법인세 규모는 축소됐지만 전체 법인세 유효세율은 28.9%로 전년도에 비해 0.4%p 소폭 상승했다. 10개사 가운데 삼성물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국내 법정 최고세율(25%) 이상의 유효세율을 기록하며 전체 평균도 이를 웃돈 모습이다. 개별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법인세를 공시한 곳은 삼성물산으로 지난해 42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비해 18.2% 줄었으나 업계에서 400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계상한 회사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세전이익은 1조 8861억원으로 전년대비 22.6% 감소했지만 홀로 1조원을 넘겼고 유효세율은 22.5%로 1.2%p 뛰었다. 매출액은 26조 4066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5.0% 늘어났다. 다만 이 중 건설부문만 놓고 보면 순매출액은 12조 2535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대비 2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법인세 1571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0.4% 늘어나면서 업계 유일 두 자릿수 증가폭을 내비쳤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16.9% 증가한 11조 9785억원을, 세전이익은 같은 기간 21.1% 늘어난 503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346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1.4% 증가했다. 최근 수주실적 호조세를 이어온 가운데 국내외 대형 현장 공정 본격화가 외형 확대로 연결됐으며 판관비 감소와 영업외수지 개선 등 비용절감 노력이 더해졌다. 유효세율은 0.2%p 소폭 하락한 31.2%를 나타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법인세 1101억원으로 전년대비 4.1% 증가하며 현대건설과 함께 10개사 중 법인세 규모가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도 전년도보다 16.9% 늘어난 9조 3189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세전이익은 3649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1.2% 줄었고 순이익도 28.6% 감소한 254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유효세율은 전년도보다 7.3%p 상승한 30.2%로 기록됐다.

GS건설은 작년 세전이익 3609억원, 법인세 1202억원으로 집계해 공시했다. 세전이익과 법인세가 각각 전년대비 22.0%, 17.3% 줄었다. 매출액은 8조 6137억원으로 건축·주택부문의 외형 확대에 힘입어 전년대비 10.5% 늘어났다. 유효세율은 33.3%로 1.9%p 올랐다.

친환경 포트폴리오 강화를 천명하며 지난달 포스코이앤씨로 사명을 변경한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전년대비 15.8% 늘어난 8조 1245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이와 달리 세전이익은 2117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40.1% 줄어들었으며 법인세는 811억원으로 22.0% 감소했다. 다만 유효세율은 8.9%p 오른 38.3%를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액 7조 5503억원, 세전이익 2492억원, 법인세 804억원이 적힌 성적표를 내놨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이 13.5% 늘었지만 세전이익이 45.8%, 법인세가 46.3% 줄어든 규모다. 유효세율의 경우 32.3%로 0.3%p 소폭 떨어졌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 1914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4.9% 증가했다. 세전이익의 경우 중단사업 손익을 계속사업에 포함할 시 4788억원으로 전년대비 3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법인세는 같은 기준 34.9% 감소한 139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유효세율은 전년도보다 30.8%p 하락한 29.2%로 나타났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 9313억원, 세전이익은 1692억원, 법인세는 770억원으로 공시됐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6.6% 증가했으나 세전이익이 30.9%, 법인세가 4.0% 줄어든 실적이다. 반면 유효세율은 전년도보다 12.7%p 뛴 45.5%로 10개사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내비쳤다.

지난해 초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준공 도중 붕괴 사고 악재를 만나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침을 겪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 3조 2835억원, 세전이익 1055억원, 법인세 689억원으로 실적을 집계해 공시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이 4.3%, 세전이익이 71.8%, 법인세가 48.7%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유효세율은 29.4%p 상승한 65.3%로 10개사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을 남겼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매출이 2조 5412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8% 줄었다. 세전이익의 경우 중단사업 손익 포함 시 1984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6% 늘었으며 법인세는 같은 기준 13.2% 줄어든 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유효세율은 법정 최고세율에 부합하는 25.0%로 전년도에 비해 4.5%p 가량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