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세금에 대해서는 세무공무원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고객인 납세자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 세무법인을 세우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한다. 밑천이라고 해야 굳은 의지와 선한 믿음뿐 이었다. 어느덧 10년, 그 사이에 6명이었던 동료는 20여 명이 되었고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고객들 또한, 수백 명은 넘었겠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다 보니 기쁘고 좋은 일도 있고 어렵고 힘든 일도 만난다. 아직도 세상을 배우고 알아가는 중이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공직에서 바라본 사자가 동물원에 갇힌 관람용 동물이었다면, 현장에서 보게 될 사자는 밀림 속의 맹수다”
◇ 세금으로 만나다
공직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세금을 주제로 일한다는 사실은 매한가지다. 마치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들은 같은 강에 발을 담그지만 흐르는 물은 늘 다르다”(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세금으로 만나지만 그때마다 사람이 다르고 관심 분야가 다르고 사정이 다르듯 늘 다르다.
◇ 세금에 하소연하다
미국의 막스 보 커스라는 정치인은 ‘세금의 복잡성 자체가 일종의 또 다른 세금’이라고 했다. 하기야 아인슈타인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세금이라고 하소연했다. 세금이 왜 이렇게 어렵냐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 고객은, 다양한 언어로 말한다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어떤 상황에서든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어떤 식으로든 법을 지키면서 가장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찾는다.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 경험을 공유하다
경험치라며 내세워보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런 이야기에 다 아는 내용이라 부끄러움을 감수해야 할 듯싶다. 한 번쯤 되새김질해 볼 거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더 보태거나 바꿔야 할 내용이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고객을 생각하면서〉
1. 고객이 생각하는 전문가는 생선의 종류를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생선의 살과 뼈를 발라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다.
2. 고객에게서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자신이 만난 어드바이저들은 한결같이 ①세무조사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② 내가 못하면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자신감과 자만을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할 때까지 알기 어렵다.
3.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 중에는, 나만 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억울해한다. 자신이 아는 사람은 조사를 받지 않는다면서. 자신은 성실하게 세금을 냈다고 말한다. 자신이 아는 다른 사람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면서.
4. 가끔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한 것이 고객의 원한(怨恨)이 되기도 한다.
5. 고객의 요구가 때론 Mission Impossible이다. 가장 세금 부담이 적고, 문제가 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를 찾는다. 가끔은 신이 되어야 한다.
6. ‘Money talks’ 다수의 고객은 그렇게 생각한다.
7. 세무조사가 누군가에겐 예방주사 정도로, 어떤 이는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로, 또 다른 이에게는 생명이 달린 대수술이 될 수 있다.
〈전문가를 생각하면서〉
8. 주사를 주는 것과 살을 찌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고통을 낫게 해주려는 것인지, 고통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 고객은 안다. 처음에 몰랐다고 끝내 모르지는 않는다.
9. 요즘은 세무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로펌, 회계법인, 세무법인, 개인 세무사 등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훌륭한 세무전문가가 되려면 훌륭한 세무전문가 이상이어야 한다.
10. 주변을 둘러보라. 가장 뛰어난 전문가는 실적으로 말한다. 한 번은 우연이고 두 번은 우연의 일치이고 세 번은 행운이다. 네 번이 넘으면 실력이다.
11. 세무전문가에게 있어 생명의 물줄기는 신뢰다. 스킬이나 경험 등 다른 모든 것은 물을 흐르게 하는 배수관이다.
12. 지금은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제갈량, 삼국지)의 시대가 아니다.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인(成事在人)’의 기회다. 일을 도모하는 것도 사람이요, 그 일을 이뤄내는 것도 사람에게 달려있다.
13.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굳은살이 박일 정도의 노력과 위기를 참고 견딜만한 맷집이 필요하다.
14. 고객 관리는 연인처럼. 눈에서 멀어지면 잊히기 쉽다. 때론 애교도 필요하다. 적당한 선물도 괜찮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문득 생각나게 되는 연인을 상상해 보라.
15. 무섭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환자를 위해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사람을 호스피스(Hospice)라고 한다. 조세전문가라면 힘들어하는 고객을 위해 납세자의 권익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 안정까지 살펴주는 택스피스(Taxpice)가 되어야 한다.
〈생각의 갈무리〉
16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드라마 『상도』). 이문이 없는 장사일지라도, 우선 장사를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17 죽음학의 전문가는 "인간은 죽음 앞에서 부정(denial), 분노(anger), 타협(bargaining), 우울(depression), 수용(acceptance)의 다섯 단계의 감정을 거친다"(정신의학자 '퀴블러 로스')고 했다. 때론 세무조사가 그랬다.
18. 군화의 균열은 구두약으로 없앨 수 있으나, 사람으로 인한 균열은 없애기 어렵다(이국종 《골든아워2》). 탈세제보로 힘들어하던 고객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19. 스물에는 의지가 지배한다. 서른에는 기지(機智)가 지배한다. 마흔은 판단력이 지배한다.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이다. 그리고 의지와 기지는 물론이고 판단력마저 흐려지면 나이에 불구하고 물러나는 것이 맞는다.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은 아니다.
20.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게 왜 자식은 그렇게 못생긴 애를 낳았냐고 하자 “그림은 밝은 낮에 그리지만, 아이는 어두운 밤에 만들어서 그렇다”(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했다. 세법이 어려운 것은 설마 어두운 밤에 법을 만들었기 때문은 아니겠지?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 세무법인을 세우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한다. 밑천이라고 해야 굳은 의지와 선한 믿음뿐 이었다. 어느덧 10년, 그 사이에 6명이었던 동료는 20여 명이 되었고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고객들 또한, 수백 명은 넘었겠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다 보니 기쁘고 좋은 일도 있고 어렵고 힘든 일도 만난다. 아직도 세상을 배우고 알아가는 중이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공직에서 바라본 사자가 동물원에 갇힌 관람용 동물이었다면, 현장에서 보게 될 사자는 밀림 속의 맹수다”
◇ 세금으로 만나다
공직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세금을 주제로 일한다는 사실은 매한가지다. 마치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들은 같은 강에 발을 담그지만 흐르는 물은 늘 다르다”(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세금으로 만나지만 그때마다 사람이 다르고 관심 분야가 다르고 사정이 다르듯 늘 다르다.
◇ 세금에 하소연하다
미국의 막스 보 커스라는 정치인은 ‘세금의 복잡성 자체가 일종의 또 다른 세금’이라고 했다. 하기야 아인슈타인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세금이라고 하소연했다. 세금이 왜 이렇게 어렵냐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 고객은, 다양한 언어로 말한다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어떤 상황에서든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어떤 식으로든 법을 지키면서 가장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찾는다.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 경험을 공유하다
경험치라며 내세워보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런 이야기에 다 아는 내용이라 부끄러움을 감수해야 할 듯싶다. 한 번쯤 되새김질해 볼 거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더 보태거나 바꿔야 할 내용이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고객을 생각하면서〉
1. 고객이 생각하는 전문가는 생선의 종류를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생선의 살과 뼈를 발라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다.
2. 고객에게서 종종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자신이 만난 어드바이저들은 한결같이 ①세무조사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② 내가 못하면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자신감과 자만을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할 때까지 알기 어렵다.
3.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 중에는, 나만 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억울해한다. 자신이 아는 사람은 조사를 받지 않는다면서. 자신은 성실하게 세금을 냈다고 말한다. 자신이 아는 다른 사람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면서.
4. 가끔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한 것이 고객의 원한(怨恨)이 되기도 한다.
5. 고객의 요구가 때론 Mission Impossible이다. 가장 세금 부담이 적고, 문제가 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를 찾는다. 가끔은 신이 되어야 한다.
6. ‘Money talks’ 다수의 고객은 그렇게 생각한다.
7. 세무조사가 누군가에겐 예방주사 정도로, 어떤 이는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로, 또 다른 이에게는 생명이 달린 대수술이 될 수 있다.
〈전문가를 생각하면서〉
8. 주사를 주는 것과 살을 찌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고통을 낫게 해주려는 것인지, 고통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 고객은 안다. 처음에 몰랐다고 끝내 모르지는 않는다.
9. 요즘은 세무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로펌, 회계법인, 세무법인, 개인 세무사 등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훌륭한 세무전문가가 되려면 훌륭한 세무전문가 이상이어야 한다.
10. 주변을 둘러보라. 가장 뛰어난 전문가는 실적으로 말한다. 한 번은 우연이고 두 번은 우연의 일치이고 세 번은 행운이다. 네 번이 넘으면 실력이다.
11. 세무전문가에게 있어 생명의 물줄기는 신뢰다. 스킬이나 경험 등 다른 모든 것은 물을 흐르게 하는 배수관이다.
12. 지금은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제갈량, 삼국지)의 시대가 아니다.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인(成事在人)’의 기회다. 일을 도모하는 것도 사람이요, 그 일을 이뤄내는 것도 사람에게 달려있다.
13.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굳은살이 박일 정도의 노력과 위기를 참고 견딜만한 맷집이 필요하다.
14. 고객 관리는 연인처럼. 눈에서 멀어지면 잊히기 쉽다. 때론 애교도 필요하다. 적당한 선물도 괜찮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문득 생각나게 되는 연인을 상상해 보라.
15. 무섭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환자를 위해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사람을 호스피스(Hospice)라고 한다. 조세전문가라면 힘들어하는 고객을 위해 납세자의 권익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 안정까지 살펴주는 택스피스(Taxpice)가 되어야 한다.
〈생각의 갈무리〉
16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드라마 『상도』). 이문이 없는 장사일지라도, 우선 장사를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17 죽음학의 전문가는 "인간은 죽음 앞에서 부정(denial), 분노(anger), 타협(bargaining), 우울(depression), 수용(acceptance)의 다섯 단계의 감정을 거친다"(정신의학자 '퀴블러 로스')고 했다. 때론 세무조사가 그랬다.
18. 군화의 균열은 구두약으로 없앨 수 있으나, 사람으로 인한 균열은 없애기 어렵다(이국종 《골든아워2》). 탈세제보로 힘들어하던 고객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19. 스물에는 의지가 지배한다. 서른에는 기지(機智)가 지배한다. 마흔은 판단력이 지배한다.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이다. 그리고 의지와 기지는 물론이고 판단력마저 흐려지면 나이에 불구하고 물러나는 것이 맞는다.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은 아니다.
20.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게 왜 자식은 그렇게 못생긴 애를 낳았냐고 하자 “그림은 밝은 낮에 그리지만, 아이는 어두운 밤에 만들어서 그렇다”(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했다. 세법이 어려운 것은 설마 어두운 밤에 법을 만들었기 때문은 아니겠지?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