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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직 국세청장이 쓴 역사소설 ‘효옥’

  • 보도 : 2021.07.01 08:29
  • 수정 : 2021.07.01 10:22

조세일보
충신 성삼문이 멸문지화를 당한 후 성삼문의 딸 효옥이 물었다. “그런데 왜 의로운 일을 하는 이가 무참히 죽어야 하는 겁니까? 정통을 지키려고 한 것이 옳은 일이 아닙니까? 왜 하늘은 옳은 자를 돕지 않습니까? 하늘은 왜 말이 없는 겁니까?”

“세상살이에서 정의가 꼭 불의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사바세계에서 짧은 시간으로 보면 선이 악에게 질 때가 더 많다. 악은 이기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조차도 교활하고 부도덕하지만 선은 그리할 수 없기 때문에 판판이 악에게 지고 만다.”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을 역임했던 전군표 광교세무법인 회장이 쓴 신간 역사소설 ‘효옥’에 나오는 대목이다. 국세청장 출신이 역사소설을 쓴 전례가 없는데다, 전직 국세청장이 쓴 처녀작의 스토리 구성과 서술기법이 전문가 빰치는 수준이어서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효옥’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전직 국세청장이 왜 역사소설을 썼을까? 더구나 멸문지화를 당한 충신 성삼문의 딸 효옥을 주인공으로?

그것은 아마도 저자의 뼈아픈 상처 때문이리라. 저자는 참여정부 국세청장을 지낸 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으로 옥고를 겪었다. 저자는 당시,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지만 끝내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저자는 ‘뇌물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측이 지목한 장소·시간에 자신이 그곳에 없었음을 증명할 복수의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다. “뇌물을 주었다는 주장만 있을 뿐 증거가 없고, 내가 뇌물을 받지 않았음을 증명할 증거는 있다.” 그는 당연히 무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법정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억울한 심정은 재판기록에도 남아 있다.

한 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할까하는 충동도 느꼈다고 한다. 억울한 심경을 하소연하기 위해 ‘무죄투쟁’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사건. 모두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대신 한국사에 심취한 나머지 소설 ‘효옥’을 쓰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래서일까? 소설 ‘효옥’에는 저자의 심경이 오롯이 녹아있는 듯하다.

저자는 “삼척에서 나서 행정고시를 합격한 이후 오랜 시간 공무원으로 살았다. 어쩌면 뒤늦었다 할 나이 쉰이 훌쩍 넘어 역사와 문학의 재미에 빠져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의 과거사가 회자되어 선입견으로 책이 읽히기 보다는 순수하게 역사소설 그 자체로 평가 받고 싶기 때문이리라.

“난신(亂臣) 성삼문의 아내 차산과 딸 효옥은 운성부원군 박종우에게 노비로 주고...” 조선왕조실록 세조 2년. (1456년 9월 7일)

소설 ‘효옥’은 역린의 군주 세조에 맞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을 지킨 성삼문의 딸 ‘효옥’에 대한 슬픈 이야기다.

충신이 난신(亂臣)이 되고 간신이 공신이 되는 세상을 탄식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옳음과 바름으로 다시 세울 시대를 기원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선비정신을 ‘신의와 믿음을 위해 처참하게 죽은 사람들을 안타까워하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마음’으로 해석한 듯하다.

소설은 욕된 자들의 계책으로 고문 받고 멸문지화 당한 충신들의 비통함, 그럼에도 한 점 붉은 피로 아로새긴 충절의 애통함을 소상히 담고 있다. 양반집 규수에서 한순간 노비가 된 효옥이 곡절 속에서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나아가는 여정을 비감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효옥이 태어날 적부터 곁을 지켜온 노비 바우와 세조의 둘째 아들이자 예종이 된 해양군, 세 인물이 때로는 얽히고설키며 때로는 비켜 흐르는 듯한 이야기는 묵직한 듯 가뿐하게 전개된다. 작가는 곡진한 이야기일수록 쉬이 읽히고 기꺼이 들려야 독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음을 담백한 글로 표현해 냈다.

시인이자 한영여대 문창과 교수 장석남은 “한 귀퉁이 일개 독자의 마음도 효옥의 행적을 좇아 동행할 때 해방의 기운이 오는 것을 느꼈다. 빛이 비록 가냘픈 것일지라도 짙은 어둠 속에서라면 하늘의 별빛과 다를 수 없다. 하늘에서 ‘나오느냐’고 세 번 묻는 소리가 들렸다하여 ‘삼문’이란 이름이 되었다 하니 과연 하늘의 질문에 값한 삶이 절절하고 또 절절하다”고 서평을 달았다.

처녀작이지만 인기 사극에 버금가는 탄탄한 구성과 작가의 유교와 불교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이 소설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왕조실록의 한 줄에서 찾아낸 작가의 상상력과 역사에 대한 탁마(琢磨)가 잘 버무려진 느낌이다. <도서출판 난다. 전군표 저,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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