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철회는 어리석은 선택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장기적으로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 이유를 정리해 본다.첫째로 재정건전성을 해친다. 감세철회의 가장 강력한 명분은 재정건전성이다. 그러나 감세철회야말로 사실상 재정건전성에 '독'이 된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높은 세율은 당장 세수를 크게 한다. 그러나 세금은 한 번 걷고 마는 것이 아니다. 세율 변동에 경제, 특히 법인세의 경우 기업이 반응한다. 낮은 법인세율은 중장기적으로 다국적기업의 국내 투자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것은 국내의 고용과 성장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중장기적으로 법인세 베이스 뿐만 아니라 소득세나 소비세 그리고 재산세 등의 베이스가 커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단기적인 세수 효과에 얽매여서 감세철회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로 이것은 저소득근로계층을 괴롭히는 선택이다. 감세철회 주장이 부각되고 있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바로 대중들이 '부자감세' 비판에 보내는 지지에 있다고 본다.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납부하는 주체는 잘나가는 재벌기업들이기 때문에 법인세 감세는 재벌기업들의 세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친재벌 정책이라는 인식과 부자감세라는 반대구호가 절묘하게 결합하여 감세철회론이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높은 법인세율에 의한 국내외 기업들의 국내투자 감소는 결국 성장 둔화와 일자리 감소라는 원치 않는 선물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고통을 당하게 되는 계층은 일자리 감소와 임금하락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중저소득 근로자계층이다.
부자중과세를 목적으로 법인세율을 높여도 이들 기업들이 해외로 자본을 이동시킴으로써 법인세율이 높아도 세부담이 별로 늘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조치는 우리경제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장 성장잠재력의 둔화와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기조가 합리성이 아니라 대중의 정서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책은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 정책도 결국은 대중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바른 정책 선택은 대중에게 어떤 것이 유익한 선택인가를 바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중의 선호를 압도하는 가부장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보력과 전문적인 분석능력을 활용해서 국민일반에게 가장 바람직하고 유익한 선택이 어떤 것인가를 판단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수립이요 정치행위라는 것이다.
감세철회는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일련의 '공짜시리즈'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1970년대식의 직접적인 가격통제의 부활이나 초과이익공유제 같은 과도한 시장개입도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약력]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하바드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원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現)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곽태원
[약력]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하바드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원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現)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