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이트칼라, 일자리 소멸 위기...AI 확산 영향

"경기 회복해도 정리해고 된 일자리 채워질 가능성 적어"

미국 고용시장에서 대기업 관리직이나 사무직 종사자를 뜻하는 '화이트칼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에서 정리해고된 된 화이트칼라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의 이유로 예전처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AI 기술의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각 기업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져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채워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3월에 마감된 2023년 회계연도 기간 증가한 화이트칼라 실업자는 15만 명에 달한다. 미국 재계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등 향후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겠다는 목적으로 적극적인 정리해고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IT(정보기술) 분야의 화이트칼라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정보기술 분야의 정리해고는 1년 전에 비해 88%나 늘었고 금융과 보험 업계의 정리해고는 55%, 제조업의 경우 25% 증가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정리해고를 단행한 직후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회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직원들의 빈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5년 이내에 인사 분야 등 7800명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 수가 43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대형 유통체인 크로거의 CEO 로드니 맥멀린은 "AI와 같은 직업은 생각할 수 없다"면서 "AI의 등장으로 많은 일자리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40여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아 14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채용공고 건수는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일 미 노동부 JOLTs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채용공고는 약 960만 건으로 전월 수정치보다 38만4000여 건 감소했다.

반면 각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블루칼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식당 요리사와 패스트푸드 음식점 종업원, 화물 운송 등 1년에 3만2000 달러(약 42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블루칼라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