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안에 집 나가라" 아프간 3천명 퇴거 명령에 수백 명 항의시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수백 명의 아프간 사람들이 겨울이 되기 전 집에서 퇴거하라는 탈레반의 명령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탈레반은 정부 소유 주거 지역에 거주하는 3500명에게 사흘간의 기간을 주고 퇴거 명령을 내렸고, 이에 사람들이 항의하여 칸다하르 주지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했다고 로이터통신, CNN, 인도 NDTV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역 주민인 한 시위자는 추방 명령의 이유를 듣지 못했다며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지역에 사는 대부분 가족들이 소자본으로 집을 지어 이사할 여력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한 주민은 집을 비워 탈레반 대원에게 넘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은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 중 대다수는 퇴역 장성과 아프간 보안군의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칸다하르의 시민운동가인 모하마드 이브라힘은 수도 외곽에 있는 페르카에코나(Ferqa-e Kohna) 지역은 정부 소유 지역이었으며 이전 정부 때 공무원들에게 분배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양도와 관련한 부정부패가 있었고, 이에 주민들에게 부동산을 불법 판매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시위에 대응해 칸다하르 주지사는 지역 원로들과 해당 문제를 논의할 때까지 모든 퇴거 조치를 일시 중단했다. NDTV는 칸다하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탈레반 운동의 발상지이자 정신적 중심지라고 전했다.

이날 지역 현지 언론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한 도로를 막고 행진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아프간 국기를 들고 시위하는 많은 여성들이 탈레반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 여러 지역에서 탈레반에 대한 산발적인 시위가 발생했다. 무하마드 잘랄 문화위원장은 “이런 시위들은 고의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려는 시도”라며 “이런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의 0.1%도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탈레반 지도자들은 어떠한 학대 사례도 조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위 전 사전허가를 구하라고 명령했다. 지난주 탈레반 내무부가 발표한 성명은 법무부의 사전 승인을 포함한 향후 시위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제시했다.

한편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지난 10일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탈레반의 대응이 “점점 더 폭력적”이며 실탄, 지휘봉, 채찍질 사용으로 시위대 중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8일에는 아프간 온라인 뉴스 매체인 Etilaatroz 기자들이 수도 카불에서 평등권을 요구하는 여성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구금되었고, 경찰서 안으로 끌려가 심한 구타를 당했다.

앞서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은 겨울을 앞두고 이달 말까지 식량이 고갈될 수 있다며 탈레반 집권 후 빈곤율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