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인의 2/3 법정화폐 채택 반대...불법 거래, 금융 불안 촉진
경제 전문가 "법의 위험 즉시 알 수 없어" 경고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사진 로이터>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7일(현지시간)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이어를 태우고 대법원 앞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등 비트코인 법정통화 도입 반대 시위에 나섰다.
법정통화 도입을 앞두고 정부는 디지털 지갑 치보에서 수수료 없이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ATM을 설치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따른 불안감과 불확실성, 불법 거래와 금융 불안 촉진, 저소득층 인구의 절반의 인터넷 접속 불능 등으로 사람들은 비트코인 사용에 회의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인의 2/3이 법정화폐 채택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경제적 자원을 갖고 투기를 하려는 큰손들에게 이상적인 통화”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법정통화 공식 채택 전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약 2천만 달러 상당의 400개 비트코인을 매입해 5월 이후 처음으로 5만2천 달러를 돌파하는 데 일조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비트코인은 돌연 약세로 전환해 10% 이상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자 정부는 이날 약 7백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150개를 추가 매입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8일 오후 12시 30분 기준(한국시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11.77% 떨어진 4만661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치보를 등록하면 사용자 한 명당 30달러의 비트코인을 제공한다며 이용을 독려했다. 하지만 앱이 사용자 등록을 처리할 수 없다고 나오자 정부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다운받아 일시적인 기술적 장애가 발생해 복원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그는 은행 계좌가 없는 이들에게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도와 송금하는 데 매년 4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택을 추진했다. 엘살바도르 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비평가들은 “비트코인 채택에 대한 국제 언론 보도로 일어난 소음이 부켈레 대통령의 정치권력 강화와 민주주의 제도의 지속적인 침식에 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취임 2년 만에 부켈레 대통령이 거의 모든 권력 수단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엘살바도르의 최고 법원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재선금지 조항을 폐기해 부켈레 대통령은 오는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있게 됐다.
지역 경제학자인 리카르도 카스타네다는 “대중의 반대와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계획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을 고려할 때 부켈레 대통령의 정치 프로젝트의 중요한 기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의 위험은 즉시 알 수 없다. 비트코인 구매에 사용된 수억 달러는 일반 예산에서 나왔고, 건강이나 교육 부문에 사용될 수 있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는 엘살바도르 사람들도 이 실험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