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검증론'... 대선후보부터 기초의회까지 확대

경실련 "4급 이상 재산공개... 기초의원까지 재산 전수조사 필요"

최근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대선후보들과 모든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검증을 해야 한다는 '부동산 검증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도 재산 검증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지난 30일 선제적으로 '셀프 재산공개'에 나섰다.

원희룡 전 지사는 2011~2020년 자신의 토지와 건물, 예금, 채무 등 재산 변동 흐름과 아내와 부모, 취업준비생인 자녀의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공개했다.

안상수 전 시장도 자신의 재산보유현황을 공개하면서 "경선 후보 등록을 할 때,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거래 내역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미리 제출해 의무적으로 임할 것을 요청한다"며 "모든 후보가 당장 다 벗고 공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31일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 국민의 50%가 집 한 칸 없이 살고 있는데 부동산 투기나 과다보유는 범죄"라며 "공직자 선출직은 엄격히 관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동산 검증론에서 더 나아가, 국회의원은 물론, 구청장, 군수, 시장,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들,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해 부동산 전수조사를 하고, 재산신고 내역 공개대상을 1급으로 한정한 현행법을 개정해 4급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 건설개혁본부 국장은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발정보에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 공기업 이런 분(공직자)들이 감시 사각지대에 있을 것이라고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문제까지 생겼는데 당연히 넓혀서 조사해야 한다"며 "차명까지는 보지 못하더라도 본인, 배우자, 직계가족까지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국장은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작년부터 지난 7월까지 경실련이 세 차례에 걸쳐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농지소유 현황을 설명했다.

작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직자들 1천800명, 올해 초 국회의원 300명, 지난 7월 지자체장과 광역의회 의원 등 전국 지자체장 천여 명을 대상으로 농지소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초단체장의 52% ▲공직자의 38% ▲국회의원의 25%가 본인 혹은 배우자 명의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김 국장은 "면적으로 보면 국회의원들의 비중은 25%이지만 (일인당) 1600평 정도 소유하고 있고 가액도 1억 원 이상, 거의 2억 원 정도로 높았다. 그런데 농지는 아파트와 다르게 공개하는 가격 기준이 (실거래가 아닌) 공시지가"라며 "시세 반영이 매우 낮으므로 곱하기 두 배, 세 배 정도의 시세로 봐도 될 만큼 많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북도 의원은 가액 기준으로 한 52억 원의 농지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경실련 조사의 한계와 관련,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공개내역을 보고 경실련이 조사했는데 이 내역상으로는 취득 경위가 나오지 않는다"며 "(공직사회 들어오기 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수도 있는데) 신고할 때 이미 갖고 있던 부분은 어떻게 최초로 취득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법에서 허용한 기준을 넘어선 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시가 이뤄지고 있느냐, 이분들이 제대로 경작하느냐, 취득하는 경위가 올바르냐는 부분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06년 농지 11만㎡를 취득하고 실제로 경작하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한 의혹을 받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을 예로 들며 "한 의원은 농지를 취득한 위치가 강원도인데 주소지는 대구이다. 한 의원이 직접 경작하겠다고 영농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불법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회도 감시 사각지대이고 저희도 이번에 기초의회는 조사하지 못했다. 기초 의회는 부동산 투기에서 감시할 수 없는 영역이라 이런 부분까지 확대해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초의회 의원들이) 당 소속이니 거대 여야가 얼마든지 문제의식을 갖고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면, 양당 차원에서도 합의하고 (권익위에 의뢰했듯) 전수조사를 할 수 있다. 지방정부, 지방의회 또 공기업까지도 해야 한다"고 양당 차원의 결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