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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중복적용 "예외적으로만 허용돼야"

  • 보도 : 2021.05.24 08:00
  • 수정 : 2021.05.24 08:00

세법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그 재산의 가액을 실제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명의신탁한 재산의 경우 실제 이익의 분여는 없지만, 명의신탁행위를 방지하고 이를 제재하기 위해 세법상 증여로 의제하는 것이다.

명의신탁 주식이 위 규정의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다. 특히, 상장주식의 경우 실무상 명의개서가 연말에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과세관청은 실제 소유주가 매 연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해당 연말에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해왔다.

예를 들어, 실제 소유자가 X1년도에 현금 1억 원을 차명계좌에 입금하여, 그 해에 1억 원 상당의 A주식을 매수하여 연말까지 보유하면 A주식의 연말 평가액(2억 원으로 가정)만큼을 증여가액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였다. 그 이후 X2년도에 A주식을 절반(1억) 매도하고 그 매도대금으로 B주식을 매수하여 보유하면, 과세관청은 X2년도 말에 새로이 B주식에 대한 명의신탁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B주식의 연말 평가액만큼을 증여가액으로 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즉, 실제소유자가 타인명의로 신탁한 재산에 대하여 첫 해에 이미 증여세를 납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증여세를 납부한 재산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한 주식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세논리에 의하면, 당초 차명계좌에 입금한 현금을 훨씬 초과하는 증여가 이뤄졌다고 의제되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최초로 증여의제 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된 주식은 그것이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시기상 또는 성질상 단절되어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어 증여세가 과세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1두10232 판결, 이하 “2017년 판결”), 지나치게 과중한 세 부담에 빠진 납세자들을 구제해주었다.

위 2017년 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중복하여 적용하면 ①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증여의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② 애초에 주식이나 그 매입자금을 바로 수탁자에게 증여한 경우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증여세액이 부과될 수 있어서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후인 2020년 선고된 대상 판결의 경우 원칙적으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반복하여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과세관청의 입장에서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시기상 또는 성질상 단절된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 주식"으로 인정받기 위해, 최초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의 흐름을 어느 정도까지 추적·증명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대상 판결은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을 매도하기 전에, 다른 증권계좌를 통해" 매수한 주식의 경우 최초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한 것이 아님이 너무나도 분명하기 때문에 위 사실만으로도 기존의 명의신탁 행위와 단절된 새로운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최초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을 차명계좌에서 인출(명의수탁자에게 계좌이체)한 이후에, 차명계좌에 현금을 추가로 입금하여 다른 주식을 추가로 매수한 경우, 단순히 최초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이 인출되었고, 그 이후 현금이 새로이 입금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기존의 명의신탁 행위와의 단절"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초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을 이체 받은 명의수탁자가 이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는지 여부 및 그 매도대금을 차명계좌로 다시 이체하여 2차 주식의 매수 재원으로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과 2017년 판결에 따라,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중복적용에 관한 실무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계좌에서 현금이 인출되었다고 해서 바로 명의신탁이 단절되었다고 보아서는 안 되며 그 이후의 자금 흐름에 대하여도 추적 조사를 해서 그 매도대금을 후속 주식매수대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을 매도한 이후 그 매도대금을 인출하거나 추가로 현금을 입금하는 것에 최대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증권계좌 안에서 최초 입금한 현금을 통해 취득한 1차 주식의 매도대금을 활용하여 그 이후에 주식매매를 반복하는 것에 대하여는 증여의제 규정을 반복하여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론도 적지 않다. 과세관청은 증여의제된 재산도 상속의 대상이 되는 등 여전히 명의신탁자의 재산이므로, 증여의제 규정을 반복 적용해도 최초의 증여의제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은 발생하지 않고, 명의신탁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중복 적용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반해, 납세자들은 "명의신탁주식의 매도대금"을 기준으로 하면 납세자 구제에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잦은 현금 입출금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매도대금을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매도대금에만 형식적으로 집착하면 납세자를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대법원에서 이러한 비판론을 어떻게 수용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법리를 보완, 정립해나갈지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4두2331 판결

법무법인 광장 판례 세미나
유정호 변호사

[약력]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조지타운대학교 세법(Tax) LL.M., 변호사시험 2회,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전) Allianz GI 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이메일] jungho.ryu@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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