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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으로 나도 수십억 벌자"…주 2회 신용대출 받는 2030

  • 보도 : 2021.04.21 07:41
  • 수정 : 2021.04.21 07:41

하루 7만명 '코인 불나방'

신용대출도 보름새 5700억↑…2030 평균 투자액 500만원
금융당국, 또 '빚투' 조짐에 은행 자금흐름 감독 강화할 듯

최근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거세지며 은행 예·적금 자금이 암호화폐 거래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서울 역삼동 시세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코인 광풍'에 은행 자금이 출렁이고 있다. 은행에 넣어둔 돈을 빼거나 대출을 받아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은행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이탈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한 은행 계좌는 하루평균 6만~7만 개 이상 개설되고 있다. 정부가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나섰지만 광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예·적금과 요구불예금을 합친 수신 잔액(1333조1442억원)은 3월 말보다 17조5787억원 줄었다. 은행의 수신 잔액이 줄어든 것은 올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달에는 큰 공모주가 없었는데도 예금이 크게 줄었다”며 “부동산·주식에 이은 암호화폐 열풍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코인으로 나도 수십억 벌자"…주 2회 신용대출 받는 2030

금융권에서는 새로 코인 거래에 뛰어드는 개인이 하루에만 최소 6만~7만 명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코인을 사고팔려면 반드시 필요한 은행 계좌가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빗썸·코인원과 코빗에 각각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하는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에서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24만9940건의 입출금 계좌가 새로 개설됐다. 하루평균(영업일 기준) 2만828건이다.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업비트의 실명 계좌를 내주는 케이뱅크도 가입자가 20여 일 만에 108만 명 증가했다. 하루평균 6만 명씩 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4월은 3월과 달리 개학, 취업처럼 대학생 및 직장인 고객이 새로 유입되는 시기도 아닌데 오히려 계좌 개설이 더 늘었다”며 “영업점을 찾는 젊은 고객은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날 암호화폐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정부가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한 탓이었다.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6.7% 하락한 67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10시 7000만원대로 반등했다.

은행 자금 2주새 17.6조 빠져 암호화폐로 대거 이동
코인 계좌 트기 위해 케이뱅크 하루 6만여명씩 신규가입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여윳돈 2000만원으로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몇 개를 샀다. 주식도 이름만 들으면 알 '국민주'가 아니면 투자를 꺼렸지만, 코인 투자로 두 달여 만에 20억원을 벌었다는 직장 동료 소식에 망설임을 접었다. 이씨는 “신용대출은 기본이고 퇴직금 담보 대출까지 받아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있다”며 “쥐꼬리만 한 은행 우대금리를 챙기려 은행을 기웃기웃하느니 '한번 해보자'는 마음에 적금을 깨고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

"코인으로 나도 수십억 벌자"…주 2회 신용대출 받는 2030

'코인광풍'에 이달 케뱅 가입자 급증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케이뱅크에는 이달 들어 하루평균 6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이 동반 상승한 이달 초엔 하루 만에 10만 명이 가입하기도 했다. 일반 고객도 있지만 상당수는 암호화폐 투자자다. 신한·농협은행에도 하루평균 신규 계좌 개설이 2만 개를 웃돈다. 신규 가입자 대부분이 2030세대며, 투자금액은 평균 500만원 안팎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들은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수년간 암호화폐시장을 지켜보며 '버티면 오른다'는 걸 학습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숫자가 많고 1인당 예치 금액도 크지 않아 향후 '코인 열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형은행에서 자금이 빠지는 현상도 이런 '코인 광풍'과 무관치 않다. 5대 은행에선 예·적금이 크게 빠져나간 데 비해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3조7453억원에서 지난달 말 8조7200억원으로 5조원가량 폭증했다.

시중은행에선 최근까지 안정세를 보였던 신용대출 잔액이 최근 다시 불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 방침에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강하게 조이고 있음에도 '코인 빚투(빚내서 투자)'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135조9602억원으로 전달 말(135조3877억원)에 비해 5725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분 2034억원의 두 배 이상이 보름 새 불어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5대 은행에서만 4조8000억원이 증가했던 '부동산 빚투' 국면보다는 못하지만 분명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케뱅 모니터링 강화”

코인 빚투로 신용대출이 느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자금 이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출 규정을 더욱 까다롭게 하는 은행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16일부터 모바일 앱 신한 쏠(SOL)을 통한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을 1인당 '3개월간 3회'만 신청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기존에는 1인당 하루 세 번씩 대출 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제한을 둔 것이다.

신한은행은 주식과 암호화폐에 단타 투자 용도로 '너무 자주 돈을 빌렸다 갚는' 대출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들어 새로 계좌를 튼 소비자가 3개월여간 수십 번 돈을 빌렸다 갚은 사례도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빚투 신용대출 수요 때문에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대출을 내려는 실수요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서민용, 정책금융상품의 비대면 신청에는 횟수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암호화폐거래소와 제휴한 은행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케이뱅크에 암호화폐 투자 자금 이동을 고려해 고유동성 자산(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비중을 철저히 관리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암호화폐 열풍이 수그러들고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간다면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인 인증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이용자의 계좌 개설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만약 투자금의 급격한 대량 인출 사태가 일어난다면 규모가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선제적 관리를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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