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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때문에 다시 주목받는 차등의결권…우린 왜 안하나?

  • 보도 : 2021.02.15 13:29
  • 수정 : 2021.02.15 14:43

'차등의결권주' 정부안 법사위 계류 중
쿠팡, 뉴욕증시 상장 신청
김범석 의장 보유 주식 '29배 차등의결권' 부여

조세일보

◆…쿠팡 (사진=연합뉴스)

"쿠팡의 기업 가치는 50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를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통주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한 쿠팡에 대해 보도한 내용이다.

쿠팡이 한국보다 상장 벽이 낮은 뉴욕 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 유치에 나서자 차등의결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쿠팡의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이번 뉴욕증시 상장(IPO) 신청을 하면서 자신의 보유 주식에 일반 보통주 의결권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결정의 중요 이유 중 하나로 차등의결권을 들고 있다. 쿠팡이 국내에 상장하면 김 의장의 경영권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등의결권 행사로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뉴욕증시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의 경우 김 의장이 지분율 2%만으로도 58%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차등의결권주란?

보통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평등의 원칙 하에 모든 주식의 가치가 대등하다. 따라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주식 역시 모두 1주 1표만 갖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 창업주들이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필요로하는 주식 수가 부담스럽게 되기 쉽다.

그래서 논의된 것이 차등의결권이다. 차등의결권은 '1주 2표 또는 1주 10표' 등 1주로 다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1주의 주식가치에 1주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해 초기 창업주들의 경영권을 보장하려는 의미에서 출발한 제도이며, 최근에는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과 아시아(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EU 각국에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20여년 전부터 차등의결권주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주주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도입되지 못했다.  

혁신벤처기업들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점이다. 쿠팡의 경우도 이번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1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국내보다 뉴욕증시로 눈을 돌린 이유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조 단위의 누적 적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스닥의 경우 상장 요건으로 '경영 성과 및 시장 평가' 항목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한국에서보다 높기 때문에 쿠팡의 입장에서 뉴욕 증시가 더 매력적이었을 것으로 보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쿠팡의 경우 그동안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41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순손실은 4억7000만 달러로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더군다나 그동안 쿠팡에 30억 달러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3분기 쿠팡에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쿠팡 입장에선 자금 조달이 더욱 급한 상황이다.

쿠팡의 상장에서도 보듯 벤처 혁신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 중 하나가 자금조달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기업 상장을 통한 증자인데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위협 당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증자를 하면 할수록 창업자의 지분이 감소돼 외부 투자자에 의해 경영권을 빼앗길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벤처기업의 혁신성 혁신성장을 도와주는 수단 중 하나인 차등의결권주식은 미국의 대표적 기술혁신기업인 구글이 2004년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으로 창업자의 지배권을 유지하며 상장에 성공한 이후 관심과 수요가 높아졌다.

이후 Facebook, Groupon, Yelp, LinkedIn, Zynga 등 소위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기술혁신기업이 창업자의 지배권을 유지하며 기업 상장을 통해 기업성장을 이뤄내면서 차등의결권주식제도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 정부안 발의, 지난해 12월 24일 법사위 계류 중

우리나라에서도 벤처기업 육성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 '차등의결권주' 도입 논의가 활성화 돼 여러 입법안이 제출된 상태이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제한적 차등의결권주 도입을 내용으로 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을 정부입법으로 지난해 12월 23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도입 방안을 마련해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며 "중기부로서는 최대한 빠르게 타 부처와의 협력을 거쳐 입법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 법안이 제출됐기 때문에 이후 국회에서의 진행 상황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법 개정이 특별히 늦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안은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아니한 주식회사인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의 우려 없이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투자 유치로 인하여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100분의 30 미만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등의 경우에는 1주마다 복수의 의결권이 있는 복수의결권주식을 창업주에게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창업주의 복수의결권주식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창업주가 복수의결권주식을 상속 또는 양도하거나, 이사의 직을 상실하는 등의 경우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의원입법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정부안이 제출되면서 정부안과 공통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23일 발의된 안으로 묶여졌다며 이후 논의는 당과 정부에서의 논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후속 조치를 준비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상법 개정안으로 '차등의결권주' 관련 입법을 제출했던 추경호 의원은 현재 지난해 11월 16일 관련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돼 계류 중인 상태라며 이번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신청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차등의결권주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돼 입법에도 탄력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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