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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진단]

⑤ 보수정권에서 도입한 토지공개념… 약화된 이유는?

  • 보도 : 2020.12.17 07:00
  • 수정 : 2020.12.17 07:14

노태우 정부 첫 도입된 토지공개념 3법, 현재진행형

택지소유상한법 위헌·토지초과이득세법 헌법불합치

헌법에 명시·헌재도 토지공개념 자체는 합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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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을 부정하는 공산주의 이론과는 다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토지공개념 도입 배경… 투기 병폐

"사업으로 번 돈보다 부동산으로 번 돈이 더 많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기회가 생긴다" 

부동산을 시장경제원리에만 맡겨 놓을 경우, 전 편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구매력이 강한 부자들에게 편중 될 수밖에 없다. 수억원씩하는 주택을 아무리 많이 분양한들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은 전월세를 살 수밖에 없다. 투기가 성행하면 전월세값도 덩달아 오른다. 생존수단인 주거에 투기 붐이 일게 되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투기를 방치할 경우, 사회전반적으로 망국적인 병폐가 나타난다. 종국에는 중산층을 넘어 건전한 부자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가고 경제는 심각하게 왜곡된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병폐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투기의 사전적 의미는 '시세 변동을 이용해 큰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매매 거래'다. 즉, '투자'는 생산을 목적으로 사회에 자본이 축적되는 행위인 반면, '주택 투기'는  주택의 고유목적인 주거 목적이 아닌 차익을 노리는 거래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투기성 거래가 횡행하면 물자의 생산을 줄여 경제의 불안전성을 증폭시키고, 불평등과 지역 불균형이 심화된다고 꼬집는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로 발생한 불로소득은 소득 격차를 심화시켜 노동자의 근로 의욕이 상실된다. 집값이 금융 소득을 넘어서면 노동자들이 임금을 모아 집을 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금융기관 차입이 가계부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부가적인 금융 비용을 지불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공장용지의 가격 상승으로 생산 원가와 제품가격이 상승되고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투기가 발생하면 자본이 생산 활동보다 부동산으로 쏠리게 돼 기업 경영이 위축돼 실업률이 올라간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정책 전문가인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망국병'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자신의 저서 '투기공화국의 풍경'에서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를 들라면 부동산 문제와 사교육 문제가 꼽힐 것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경쟁력 약화, 사회 양극화, 근로 의식 저하 등의 근본원인으로 만악의 근원이라 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생산이 있어야 소득이 나오므로 부동산 투기는 소득 발생을 저해한다"며 "투기 심리에 물든 노동자는 땀 흘려 돈을 버는 일을 가볍게 여기고, 기업은 땅을 사두고 값이 오르기를 기다릴 뿐 연구개발이나 혁신적인 투자는 소홀히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 주체가 불로소득에 몰두하는 이상 원활한 생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부동산 투기는 거시경제의 불안전성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증가한 대출이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부실화되기 때문에 집값 폭등으로 인한 가격 거품이 붕괴하면 부동산 시장과 연결된 금융시장에 위기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양극화에 대해서도 전 교수는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 가격 상승의 혜택을 많이 입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자산 가치의 격차가 벌어진다"며 "2000년대 이후 국지적 폭등과 아파트 중심의 폭등으로 인해 서울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지방 주민 사이에 엄청난 자산의 격차가 생겼다"고 꼬집었다.

■ 토지공개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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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소득 규제 위주의 '한국형 토지공개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대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이른바 '토지공개념'을 활성화해 토지의 이용과 처분은 소유자에게 맡기되, 초과 이득을 공공에 환수해 투기를 줄이면 부동산 양극화가 어느 정도 완화된다는 설명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을 부정하는 공산주의 이론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 도입됐거나 시행 중인 토지공개념의 대표적 사례로는 ▲토지소유상한제 ▲토지거래허가제 ▲과다 보유 토지에 대한 보유세 강화 ▲투기성 거래에 대한 징벌적 과세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있다. 

'진보와 빈곤'의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는 토지공개념을 주창하며 지대를 개인에게 사유화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향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는 재산권의 3요소인 사용권, 처분권, 수익권 중 사용권과 처분권에는 제한을 두지 않되 토지의 '수익권'에는 일정 정도의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헨리 조지 사상을 연구해온 국내 학자들도 소득 규제를 중심의 '한국형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유재산을 강제로 침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보유세 강화나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는 "토지소유자는 매매를 통해 매매차액을 얻고 보유하는 동안 임대소득을 얻는데, 두 소득에서 토지소유자가 지출하는 보유비용을 공제하면 토지 불로소득이 된다"며 "불로소득을 얻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가 보유세를 내 대가를 치르도록 하면 투기적 수요가 사라져 진정한 시장경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토지공개념 변천사 

경제개발 붐으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려 '망국병'이라는 비판을 받던 시기, 보수정권은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 하지만 법원에 의해 토지공개념 일부가 위헌판정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그 후 부동산 투기가 다시 극성을 부리던 시절,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제를 도입하는 등 토지공개념을 대폭 강화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토지공개념은 다시 약화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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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토지공개념 법률에 대해 일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지만, 입법 취지는 모두 존중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헌법에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한 조항들이 명시돼 있다.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제119조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제120조 ②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

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 토지공개념… 헌재, "취지는 합헌…일부 수단이 문제"

일각에서는 과거 '토지공개념 3법'에 대해 일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그 자체가 위헌일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일부 수단을 문제로 들었을 뿐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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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헌재는 토지공개념 3법이 시행된 1989년 토지공개념 원칙을 합헌으로 인정했다. 헌재는 "토지의 자의적인 사용이나 처분은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발전을 저해하고 특히 도시와 농촌의 택지와 경지, 녹지 등의 합리적인 배치나 개발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올바른 법과 조화 있는 공동체질서를 추구하는 사회는 토지에 대해 다른 재산권의 경우보다 더욱 강하게 사회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관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고 결정했다.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이후 헌재는 두 차례 더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1994년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 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과세목적, 과세소득의 특성, 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할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 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 1994. 7. 29. 92헌바49)

또 1998년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으로 인한 개발가능성의 소멸과 그에 따른 지가의 하락이나 지가상승률의 상대적 감소는 토지소유자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며 "자신의 토지를 장래에 건축이나 개발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능성이나 신뢰 및 이에 따른 지가 상승의 기회는 원칙적으로 재산권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등)

이처럼 헌법 조문이나 헌재 결정에 따르면 토지공개념은 사실상 법률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이 이러한 헌법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동산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토지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헌법 조문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노태우 정부, 토지공개념 3법 처음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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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9년 10월 11일 청와대에서 토지공개념 관련 4개 법안의 국회제출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토지공개념이 반영된 최초의 법률은 1950년 3월 시행된 '농지개혁법'이다. 많은 농지를 소유한 주지가 소작농으로부터 과다한 소작료를 받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농지개혁법은 1996년 농지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됐지만, 농지법에도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조문이 포함됐다.

박정희 정권을 시작으로 토지공개념 용어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1977년 당시 신형식 건설부 장관이 "토지를 절대적 사유물로 인정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실정에 비춰볼 때 토지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어 1978년에는 물가 억제를 위한 '8·8 조치'가 시행됐다. 

이어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1980년대 말에 이르러 토지공개념 정신이 법률로 탄생했다. 노태우 정부는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23조2항, 3항, 122조 등에 토지공개념을 반영했다. 이듬해인 1988년 올림픽과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환율) 등으로 전국의 토지 가격이 32% 급등하자 정부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토지 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토지공개념 연구위원회'를 신설했다.

연구위원회는 1989년 4월 '토지공개념 확대도입을 위한 국민토론회'를 열고,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인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개발이익환수법)을 신설해 같은 해 6월16일 정기국회에서 통과됐다. 지가가 지나치게 상승해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개발이익이 소유주 개인의 사익으로 변질돼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토지공개념 3법 중 '택지소유상한법'은 개인이 200평을 초과해 택지를 취득하거나 법인이 택지를 사는 경우 시장· 군수 등에게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고, 5년 안에 이용·개발·처분하도록 했다. 만약 땅을 처분하지 않을 경우 택지 가격의 7~11%의 부담금을 부과했다. 이 법으로 인해 정부는 8년 동안 택지초과소유부담금 1조6700억원을 걷어 들였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유휴토지의 소유자에게 3년 단위로 전국 평균 지가상승률의 150%를 넘는 지가상승분을 보유한 소유자에 대해 30~50%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택지개발, 공단·관광단지·유통단지·골프장 등의 개발이익에 25%를 개발부담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 토지초과이득세법 헌법불합치, 택지소유상한법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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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5년 만인 1994년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1999년 택지소유상한법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했다. 택지소유상한법과 관련해 헌재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면서도 일률적으로 소유상한을 제한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헌재는 "소유목적이나 택지의 기능에 따른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200평으로 소유상한을 제한함으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어느 누구라도 200평을 초과하는 택지를 취득할 수 없게 한 것은 헌법상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기준지가 산정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다만 헌재는 법률 자체가 헌법의 조세 개념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 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과세목적·과세소득의 특성·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판단할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택지 등을 조성할 때 사업 시행자에게 개발 이익의 50%를 부과했다가 25%로 깎아줬고, 2004년부터는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며 아예 부과를 중단했다. 정부가 환수한 개발부담금이 자본 이득에 비해 한참 모자라 불로소득 환수 효과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노무현 정부, 종부세 도입…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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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논의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부동산 불경기가 이어지며 다소 줄었다가 노무현 정부 때 다시 되살아놨다. 2003년 참여정부는 10·29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을 통해 보유세의 일종인 '종합부동산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거 부동산 세제 중 하나였던 종합토지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됐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는 등 재산세를 포함한 부동산 보유세가 강화됐다.

이후 참여정부는 2005년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로 판단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조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종부세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도입 당시 9억원 초과 주택과 공시지가 6억원 초과 토지에 대해 주택분 세율을 3단계로 나눠 1~3%를 적용했다. 공시지가 40억원을 초과하는 사업용 토지는 별도합산과세 대상으로 정했다.

종부세 시행 1년 만인 2006년에는 부동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이전해 세금을 회피한다는 논란이 일자 과세 방법을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했다. 과세 기준 금액도 9억원에서 6억원(주택 기준)으로 낮췄고, 세율은 1~3%로 동일하게 하되 4단계로 세분화했다. 양도소득세 또한 대폭 강화해 2004년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에 60%의 양도세율을 적용했고, 2007년에는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50%의 양도세율을 적용해 중과세를 시행했다.

재산세의 경우 과세 기준인 부동산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공시가격에 일정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과세표준 반영 비율제도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입했다. 2005년부터는 전년 대비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방지하는 '세부담 상한제'를 재산세와 종부세의 세목에 각각 신설해 모든 세목에 일률적으로 150%를 적용했다. 이후 주택용 토지와 건물이 합산해 과세가 돼 과표가 커지고, 공시가격 현실화가 이뤄짐에 따라 재산세 세부담 상한은 2006년 6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105~110%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종부세 과세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을 80%로 동결했고, 1세대 1주택자의 과세기준액은 9억원 초과로 상향했다. 가장 낮은 과표 구간을 3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완화됐고, 종부세율도 1~3%에서 0.5~2%로 대폭 내렸다.

헌재도 2008년 11월 종부세 세대별 합산을 위헌으로 판단해 과세 기준을 개인별로 변경했다. 당시 헌재는 "세대별 합산부과 규정은 혼인한 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를 비례의 원칙에 반해 독신자, 사실혼 관계의 부부 등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 취급하므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산세율을 추가로 인하했다.

양도소득세 또한 1세대 3주택자에 대해 45%의 세율을 적용해 양도세중과세 제도를 완화했고, 2012년에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찬가지로 2014년 이후 양도분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폐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했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투기를 방임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한다. 토지+자유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노무현 정부는 토지공개념의 철학 위에 종합부동산세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부동산 불로소득 장치를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투기에 올인한 정부였으며,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를 갱신하는 데 더해 정부가 레버리지를 더 많이 일으키게 해주자 투기심리가 살아났고, 그 결과 서울 아파트가격은 2014년 가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 정부, 종부세·양도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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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리 주택 가격의 폭등으로 인한 투기 수요를 막고 주택가격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부동산 세제를 개편했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과거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종부세를 다시 강화하는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과표 구간을 3~6억원을 신설해 3억원(시가 약 18억원) 이하 구간은 현행 세율을 유지하되, 3억원 초과 구간은 0.2~0.7%의 세율을 적용했다. 특히 서울시와 세종시에 거주하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을 3.2%로 높였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지역의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것이 당시 대책의 핵심이었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노무현 정부 시절 50%에서 90%로 대폭 인상해 과세표준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집값 급등 국면이 계속되자 정부는 그해 12월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세율을 0.1%p~0.8p 인상했다. 올해 들어 종부세는 더욱 강화돼 6·17 대책에서 부동산 법인 종부세율이 3~4% 인상됐다.

이어 지난 7월 내놓은 7·10 대책에서 종부세는 더욱 강화됐다. 종부세율은 올해 0.5∼3.2%에서 내년 6월 1일 기준으로 0.6∼6.0%가 적용될 예정이다. 7·10 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2주택 이하 보유자는 과표에 따라 0.6~2.7%의 세율을 적용받고, 3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 1.2~6.0%로 대폭 향상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일반 3주택자와 동일하게 중과세가 부과된다. 다만 법인의 주택분 종부세액은 기본공제 6억원과 세부담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1년 미만 주택 보유자(입주권 포함)에 대한 세율이 종전 40%에서 70%로 대폭 인상되고,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은 종전 기본세율(과세표준 구간별 6~42%) 대신 60%가 적용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팔 때 적용되는 중과세율이 10%p 높아져 2주택자는 20%p, 3주택자는 30%의 양도세를 부과받게 된다. 건물을 다수 보유한 법인에 대해서도 중과세를 할 예정이다. 종전에 개인과 법인 모두 동일하게 적용했던 세율을 2주택 이하 소유 법인에겐 3.0%,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소유 법인에는 6.0%의 세율을 적용한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세금에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정책도 발표했다. '시세'를 제대로 반영해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너무 낮고, 시세가 같더라도 공시가격이 다른 경우가 지속돼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 비율은 공동주택 68.1%, 표준주택 51.8%, 토지 62.6%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공시가격을 1~3%p 조정했고, 앞으로 5~15년 내 최대 90%까지 공시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계승해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세제를 지속해서 개편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보유세 강화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기준 OECD 16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보유세액/부동산 가액)에 따르면 한국은 0.1%대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등과 함께 하위 국가군에 속하기 때문이다.

토지+자유연구소는 "현 정부가 고가주택 보유자 및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 양도세 중과 등을 통해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정비하고 대출을 강력하게 억제하긴 했지만, 그런 조치들은 급등하는 시장상황에 대한 대응 측면이 강하다"며"고 지적했다.

■ 전문가들 "위헌 시비 없애려면 헌법 명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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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해 위헌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연합뉴스)

토지정의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이미 헌법에 토지공개념 정신이 배어 있더라도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분명하게 명기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토지공개념 헌법 명기는 꼭 필요하다''는 글을 통해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분명하게 기록해 놓아야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각종 법률을 입법화하기가 수월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 공공성을 조금만 강화하려고 주장하거나 그 정신을 반영한 입법화를 추진하면 항상 '위헌' 시비가 따라다닌 것이 그간의 부동산 정책의 역사"라며 "(토지공개념을) 입법화하려면 '위헌'을 늘 염두에 둬야 하니 조심스럽고 상상력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도 "토지원리에 따라 특별이익을 환수할 경우에 토지의 매매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데, 토지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온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 부자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정계와 언론에서도 '조세 저항'이라는 용어를 동원하면서 분위기를 잡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래 불거질 수 있는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개헌 작업을 계기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 개헌안에서 더 나아가 헌법 조항에 '불로소득 환수'를 강조하는 내용을 추가로 제안했다. 그는 '국가는 국토와 천연자원으로부터 소유자의 생산적 노력 및 투자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119조 3항을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또 122조 1항에도 '불로소득 환수'를 추가하고, 같은 조 2항에는 '제1항의 구체적인 수단은 시장친화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문을 넣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지공개념이 반시장적이라는 오해와 정부의 자의적인 규제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조세와 관련한 조항인 59조에 대해서도 2항을 신설해 '조세는 토지보유세 등 형평성과 효율성이 높은 종목을 우선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조문을 담을 것을 제안했다.

한편 개헌과 더불어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 가치를 조세로 징수하는 간접적인 규제 방식으로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과거 택지소유상한법이 일률적인 소유 상한선을 두는 직접 규제 방식으로 인해 위헌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 소장은 "정부와 국회는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때문이라는 것을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입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점진적으로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서 토지 불로소득인 개발이익과 재건축초과이익의 환수 방안도 정비해서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부는 사치와 게으름 및 혁명을 초래하고, 빈곤은 혁명에 더해 노예근성과 기량의 저하를 초래한다" - 플라톤 <국가. 442a> 

자본주의사회는 자본의 힘으로 돌아간다.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면 자본의 반발이 핵폭풍급으로 일어난다. 부동산투기를 방치하면 종국에는 혁명이 일어난다. 토지공개념을 방치하면 종국에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고, 토지공개념이 잘 작동하면 혁명을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동산투기는 토지공개념 강화를 유발한다.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완화하는 시스템이다. 

[토지공개념 특별취재팀 : 홍준표·염재중·염정우·태기원·강대경 기자]

※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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