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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양보 못한 뻔한 이유

  • 보도 : 2020.06.21 19:05
  • 수정 : 2020.06.21 19:09

법사위원장 절대로 양보 못한 이유…17대, 20대 국회처럼 될라
여론은 민주당에 유리, 통합당과의 협상에 목 맬 이유 없어
통합당, 7석이라도 건지는 것이 실리지만 딜레마 빠져
주호영 원내대표 "차라리 상임위원장 18석 다 가져라"

조세일보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을 위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이유는 뻔하다.

지난 17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지탄을 받은 지난 20대 상황을 보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 줄리가 없다. 민주당은 17대 국회에서도 20대 국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학습효과 "다시 실패 반복 안한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을 계기로 17대 총선에서 과반인 152석을 차지했다. 그런데 당시 열린우리당은 야당인 한나당과 법정시한을 한달 가까이 넘기면서 원 구성을 하지 못하자 가장 큰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결과는 4대 개혁입법에 대한 실패로 성과 없는 17대 국회를 보낸 바 있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지난 20대 국회 역시 민주당 입장에서는 통합당 출신의 법사위원장(통합당 여상규 의원) 때문에 국정이 발목잡힌 경험이 많다.  

20대 국회의 경우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에 막혀 본회의에 가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이 91건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9건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와 달리 막강한 권한을 갖게된 이유는 '체계·자구 심사' 제도 때문이다. 국회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법사위에서 최종적으로 체계와 자구 심사를 하는데 여기에서 본회의에 보내지 않고 상정을 막으면 결국 법안은 빛을 보지 못한 채 폐기 수순을 밟는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20대 국회의 법안통과율은 29%다. 민주당 입장에선 통합당의 국정 발목잡기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고 싶을 것이다. 2년 남짓 다가온 대선과 그 이후 총선을 위한 초석을 쌓기 위해서라도 21대 국회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통합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학습효과도 한 몫 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최근 "정부 견제는 법사위원장이 아니라 정책과 대안, 실력으로 하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아직도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정부 견제가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미래통합당의 주장은 과거의 국회처럼 법사위에서 민생법안의 처리를 방해하고 국정에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민심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행태"라며 강경한 입장을 확인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 발언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은 20대 법사위를 가지고 통합당이 했었던 무한한 정쟁과 발목잡기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법사위원장이 투표하러 나가는 의원을 방에 감금하고 소파로 문을 막는 모습을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똑똑히 봤다"며 법사위원장 자리만큼은 민주당이 차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지난 16일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자신들 몫이라고 주장하는 상임위 11개 중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6개를 먼저 선출한 배경에는 민주당 내부에 이런 학습효과가 각인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의 '딜레마'

통합당 입장에서도 국민 여론이 마냥 유리하지 않다는 점과 민주당의 전략에 대응해 내세울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노른자위 상임위로 알려진 예결위와 국토위 등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고 원 구성에 합의하는 것이 통합당으로서도 최선의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평론가인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야당인 통합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임위원장 11대 7이라는 숫자 역시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상식적인 선이 아니냐는 인식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7개의 상임위원장이라도 받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외부적 요인도 통합당의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높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후 지방으로 잠적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한겨레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이번주 중 국회로 복귀할 예정"이라며 "야당 몫 상임위원장 전부를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 민주당에 유리, 국회 상임위 단독 선출 '잘한 일 52.4%' vs '잘못한 일 37.5%'

국민 여론도 통합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17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더불어민주당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회법 준수, 국회 역할 수행 등을 위해 잘한 일이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2.4%로 나타났다.

반대로 '합의 관행 무시, 여당 견제 수단 박탈 등 잘못한 일이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37.5%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0.1%였다.

조세일보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왼쪽 사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한 뒤 각각 의장실을 나오고 있다. 2020.6.15.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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