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헌법으로 본 조세]

회수불능 특수관계인 가지급금에 과세는 위헌 가능성

  • 보도 : 2018.01.23 08:30
  • 수정 : 2018.01.23 08:30

회사는 여러 가지 사유로 특수관계인에게 가지급금을 대여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여금액이 많거나 특수관계인의 경제적 사유 등으로 인해 해당 특수관계인과의 특수관계가 소멸할 때까지 그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런데 우리 세법은 특수관계가 소멸할 때까지 회사가 회수하지 못한 가지급금은 해당 법인의 익금으로 보아 법인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인세법 제15조, 시행령 제11조 9의2). 이는 특수관계 소멸시까지 회수하지 못한 가지급금은 회사가 사실상 해당 특수관계인에게 상여 등 소득을 지급한 것으로 보아 익금(손금불산입)처리를 통해 해당 특수관계인에게 소득과세를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법인의 입장에서는 가지급금을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런 수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의 익금이 발생한 것으로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법인세법에 따르면 법인은 각 사업연도별로 소득금액을 계산하여 법인세를 내야 한다.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은 그 사업연도의 익금총액에서 손금총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 익금이란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익의 금액'을 말한다(법인세법 제15조 제1항). 그리고 익금에 해당하는 수익의 범위와 구분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법인세법 제15조 제3항).

결국 법인의 익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순자산 증가라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순자산 증가가 없는 경우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순자산 증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익금으로 의제하여 과세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국법인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는 경우 해외자회사가 외국정부에 납부한 법인세액은 모회사인 내국법인 입장에서는 순자산의 증가가 없어 익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납부세액을 익금산입 후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해 주는 방식으로 국제적 이중과세를 조정해 주고 있다. 해외자회사가 외국정부에 납부한 법인세액은 내국법인에게는 순자산 증가가 없었지만 법률로써 익금으로 의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익금에 해당하는 수익의 유형들은 모두 순자산 증가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법인세법 시행령에 열거되어 있는 수익 즉 (i) 각 사업에서 생기는 수입금액, (ii) 자산의 양도금액, (iii) 자산의 임대료, (iv) 자산의 평가차익, (v) 무상으로 받은 자산의 가액 등은 모두 법인의 순자산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익금의 요건을 충족한다.

반면,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9의2에서는 특수관계가 소멸되는 날까지 회수되지 않은 가지급금(가목) 또는 가지급금의 이자로서 그 이자 발생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1년이 되는 날까지 회수되지 않은 것(나목) 등을 익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순자산 증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해당 규정은 법인에게 실제로 순자산 증가가 발생하였는지와 관계없이 기존에 통칙으로 운영되어 오던 것을 시행령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특수관계인에게 소득처분을 통한 과세를 하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

우리 세법은 조세법률주의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법률의 명시적 위임없이 행정입법으로 과세요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법률내용을 임의로 유추 또는 확장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의하면 법인세법에서는 순자산의 증가가 있는 것만을 익금으로 본다. 익금에 해당하는 수익의 범위와 구분만을 시행령에 위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법 시행령에서 순자산의 증가가 없는 미회수 가지급금을 임의로 익금으로 규정한 것은 법률 조항의 취지에 반하고 위임입법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해당 규정에 대한 위헌성 논란이 제기된 적은 없지만 향후 해당 규정을 근거로 과세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규정의 위헌성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유) 지평
구상수 회계사·세무사

[약력]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박사(조세법), 한국공인회계사(제35회) 및 세무사, 미국공인회계사(NH주)·금융자산관리사·공인중개사시험 합격, 삼일회계법인·다산회계법인·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근무, 前 중부지방국세청 국선세무대리인 [주요저서]상속전쟁(공저), 길벗 ;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이해(공저), 박영사 [이메일]ssku@jipyong.com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