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개통에 끌어들여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수법
대포폰 적발 작년 5만여건…최근 5년 새 3.5배 증가
◆…자료사진:연합뉴스
#. 충남 천안에 사는 A씨는 인터넷에서 “선불 유심을 개통하여 제공하면 회선당 5만 원씩 지급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자신의 신분증, 가입신청서, 공인인증서를 범인에게 넘겨줬다. A씨는 선불 유심 9개를 개통하게 해 준 대가로 총 45만원을 받았다.
급전이 필요해 타인에게 휴대전화와 유심을 제공했다가 대포폰 개통으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내구제 대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내구제 대출'은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로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을 대포폰 개통에 끌어들여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경찰청은 13일 "휴대전화·유심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경우 받은 돈의 수 배에서 수십 배 이상의 빚을 떠안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범죄(대포폰 개통)를 도와주게 되며, 결국 형사처벌까지도 받는 삼중고를 겪을 수 있다"며 내구제 대출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대포유심을 포함한 대포폰 적발 건수가 2만7176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1만5910건) 2018년(9343건), 2019년(1만9080건), 2020년(8923건), 2021년(5만5141대)로 2017년에 비해 비해 3.5배 증가했다.
◆…자료:경찰청 제공
대포폰 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심을 넘기고 일부 현금을 받는 방식으로 유인한다. 특히 돈을 먼저 내고 그 금액만큼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유심'의 경우 신분증이나 공인인증서, 가입신청서 등을 SNS로 범인에게 전달하면 비대면으로 유심을 손쉽게 개통할 수 있다. 이렇게 개통한 대포폰은 각종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찰청은 강조했다.
경찰청은 대포폰을 이용한 내구제 대출 피해가 대부분 알뜰통신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8~10월 사이 적발된 대포폰 총 2만739건 가운데 알뜰통신사에서 개통된 기기가 1만4530건으로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찰청은 대포폰과 대포 유심 적발 사례 중 상당수가 휴대전화 깡이나 선불 유심 깡 수법을 통한 범죄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와 함께 각 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한 내구제 대출 피해 홍보 활동과 대리점 직원을 대상으로 한 피해예방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내구제 대출은 서민과 소상공인을 울리는 대표적인 불법 사금융"이라며 "앞으로도 내구제 대출을 포함한 각종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을 때까지 예방과 수사 및 범죄수익 환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