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정한 수입이 있는 개인의 채무를 강제 재조정해 파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개인회생제도를 악용한 '시간차' 신규대출이 4월 1일 부터는 전면 틀어 막힐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7일 신용정보원의 '일반신용정보 관리규약'을 개정해 개인회생정보의 등록에 관한 세부사항 규정을 마련과 전산시스템 구축을 거쳐 4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바뀌는 관리규약은 금융권이 개인회생정보의 공유하는 시점을 현재의 '회생 확정 때' (변제계획인가 결정 시)에서 '회생신청 직후' (금지명령 등 재산 동결명령 시)'로 앞당긴다는 것이 골자로 꼽힌다. 금융위는 다만 회생정보의 공유시점을 당기더라도 회생결정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개인회생정보 공유시점 왜 바꾸나=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최근 개인회생 신청자 수와 회생신청자가 보유한 신용 대출금액이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회생신청자 수의 경우 2011년는 6만5000명 수준에서 2015년 1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회생확정 때 28개 금융사의 평균 신용대출액은 2011년 2500만원에서 2014년에는 3100만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개인회생정보가 현재 회생신청 이후 최장 1년 이상 경과된 시점 (변제계획 인가 시)에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금융권에 공유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시간차가' 생기는 구조인 셈이다.
이처럼 회생정보가 금융권에 늦게 공유된다는 점을 이용해 회생신청을 한 뒤 신규대출을 받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정보원 집계에 따르면 2012~2014년 사이 28개 금융사 고객 가운데 회생신청 후 신규 대출자가 7만5000명 (회생신청자의 45.8%)에 이르렀다. 이들이 받은 대출의 잔액은 9890억원 (회생신청자 대출총액의 19.8%)으로 조사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히 “악덕 브로커의 권유 등에 따라 신규 대출을 받은 이후 회생결정시까지 고의로 이를 갚지 않고 회생결정 확정에 따라 채무조정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브로커가 낀 공유시점 악용 사례=지난해 1월 초 회사원 A씨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브로커 B씨를 통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뒤 C저축은행에 신규 대출을 신청했다.
C저축은행은 신용정보원에 A씨의 정보를 조회했다. 그러나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연소득이 확실한 A씨에게 대출해 줬다.
A씨는 그 뒤 이자 등 채무를 상환하지 않다가 지난 12월 회생결정이 확정돼 채무조정을 받았다. C저축은행은 이 대출금 상당액을 손실로 처리했다.
이와 함께 개인사업자 갑은 영업 악화로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로 결정하고 지인으로부터 브로커 을을 소개 받았다.
을은 갑에게 “빚이 많아야 회생이 쉽고 회생확정 디 이를 갚지 않아도 된다”며 “회생 신청 후 추가 대출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갑은 이를 받아들여 병 대부업체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개인회생절차가 취소됐다. 더 큰 빚더미에 올라서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회생 신청자의 채권 금융회사는 법원으로부터 금지명령 등 재산동결명령을 받은 즉시 신용정보원에 사실을 등록해 금융권이 공유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유하는 금융사는 신용정보원에 등록된 대부업체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CB사 신용등급에는 반영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개인회생 브로커를 통한 불합리한 대출과 고의적 면책 시도를 방지함으로써 개인회생제도의 남용 예방과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선의의 채무자를 구제한다는 제도 본연의 기능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