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가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줬을 때 발생하는 세금을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놓고 여야 간 온도차가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는 모습이다.
여당에서는 이른바 '명문장수기업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에 한해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는 한도 폭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문장수기업은 45년 이상 주된 업종의 변경 없이 계속해서 사업을 유지해 온 중소기업을 말한다.
반면 야당에서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면서 세제혜택을 축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2일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가업승계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연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의 창업주가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를 가업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가액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이 개정안은 중소기업 중 정부로부터 명문장수기업으로 인정받은 기업에 한해 공제한도를 1000억원으로 늘리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속인이 2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한 가업이어야 한다. 또한 가업승계 목적으로 가업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증여하는 경우 200억원까지 20%의 특례세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창업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7200여개로, 이 중 일본기업이 43.2%, 독일기업이 21.7%를 차지하고 있다.
가령 독일의 가업상속 지원제도의 경우 적용대상의 자산, 매출 등 기업규모에 제한 없이 모든 기업에 대해 적용되고 있으며, 공제 대상인 가업상속재산 금액의 한도도 두지 않고 있다. 장수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세제지원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추 의원의 설명.
추 의원은 "명문장수기업은 이미 오랜 시간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며,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자리 제공과 사회적 가치 창출 등 그 기여가 충분히 큰 것으로 인정받는 기업"이라며 "한국의 장수기업으로 그 명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가업승계에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야권을 중심으로 가업상속공제 한도액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소기업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인데, 그걸 넘어서 부의 대물림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기업은 중소기업에 한정되어 있으나, 설립당시 기준으로 중소기업이면 상속했을 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에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8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한도에 걸리지 않는다면 가업상속재산가액 전액을 공제해주던 공제 규모를 재산가액의 70%만 인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가업경영 기간 따라 상속가액에서 공제해주는 금액을 낮추는 안도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10년 이상 200억원에서 100억원, 15년 이상 3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20년 이상 5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대폭 줄이도록 했다.
같은 달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도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 5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축소하고, 15년 이상 계속기업에 대해서만 혜택을 주는 내용의 상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의원은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 "30억원 공제한도면 가족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웬만한 사업의 상속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손질하려는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2014년 당시 여야는 합의 끝에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현 3000억원)으로 늘리고, 사전증여 증여세 특례한도도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수정안을 만들어 냈으나 부의 세습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본회의에서 부결을 맛봤다.
최근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기업을 대물림할 때 내는 증여세 부담을 줄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재차 입법화 작업에 불씨를 당기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두 거대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벽을 넘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