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 채권자가 대여금을 관리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다른 투자자나 대여자에게 해당 대여금을 매각하거나, 2) 대여금 조건의 재협상을 통하여 만기일 연장 또는 지급이자 완화를 선택하거나, 3) 부채의 전부 또는 부분 결제로 채권자에게 지분상품을 인수하도록 하는 등이다.
K-IFRS 제1032호와 제1039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이슈 중 하나가 3)에 해당하는 경우 중에서 기업이 전환권 없는 사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그 후 자기주식을 발행하여 금융부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상환하는 계약을 채권자와 체결하는 경우의 회계처리다. 이러한 거래는 출자전환에 해당되는데, 이는 차입비율이 높은 기업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재무개선을 도모하기 위하여 택하는 방법이다.
국제재무보고기준해석위원회(IFRIC)는 출자전환 거래에 대한 회계처리가 실무상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회계처리 지침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2009년 11월 기업회계기준해석서 제2119호 '지분상품에 의한 금융부채의 소멸' 이 제정되었다.
해석서 제2119호의 적용범위
해석서 제2119호에서는 금융부채 조건의 재협상 결과 금융부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기 위하여 채권자에게 지분상품을 발행하는 기업의 회계처리를 다룬다. 이 해석서는 채권자의 회계처리를 다루지 않는다. [IFRIC 19 문단 2]
이 해석서는 다음 상황의 거래에 적용하지 않는다. [IFRIC 19 문단 3]
(1)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주주이기도 한 채권자가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기존 주주로서의 자격에서 행동한다.
(2) 채권자와 채무자가 거래 전후로 하나 이상의 동일한 당사자에 의해 지배되며, 거래의 실질이 채무자의 지분 분배나 채무자에 대한 출자를 포함한다.
(3) 주식을 발행하여 금융부채를 소멸시키는 것이 금융부채의 최초 조건에 따른 것이다.
해석위원회는 당 해석서 제정시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주주이기도 한 채권자가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기존 주주로서의 자격에서 행동하는 거래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것인지를 고려하였는데, 여기에서는 이러한 거래를 다루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부채를 소멸시키기 위하여 지분상품을 발행하는 것이 소유주 자격에서의 소유자와의 거래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는 사실과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재심의 과정에서 거래실질이 채무자의 지분분배 또는 채무자의 대한 출자이며 채권자와 채무자가 거래 전후로 동일한 하나 이상의 실체에 의해 지배되는 경우의 거래는 당 해석서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됨을 명확히 하였다. 금융부채의 전부 또는 일부의 소멸과 지분분배 또는 출자 요소 간의 대가의 배분이 항상 신뢰성 있게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최초 조건에 따른 주식발행으로 금융부채가 소멸되는 대표적인 예는 전환사채가 될 것이다. 전환사채 회계처리는 기존 금융상품 기준서를 통하여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 해석서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일반기업회계기준 제6장 금융자산·금융부채 실무지침 문단6.139에서는 '채무자가 채무의 변제로 채권자에게 이전한 현금, 기타 자산 또는 지분증권 등의 공정가치가 채무의 장부금액 이상인 경우'를 채무자가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채무의 변제나 조건변경이 발생하였더라도 이 장에서 말하는 채권·채무조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의 예로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동 기준서 문단 6.87에서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채권자에게 지분증권을 발행하는 경우(출자전환)에는 지분증권 공정가치와 채무의 장부금액과의 차이를 채무조정이익으로 인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기업회계에서는 출자전환 대상 회사가 지분상품 발행을 통하여 채무면제이익을 보는 경우에만 기준서 제6장에 따른 채권·채무조정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지분상품 발행을 통하여 회사가 손실을 보는 경우에는 동 기준서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해석서 제2119호에는 지분상품 발행으로 회사가 손실을 인식하는 경우를 적용범위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동 해석서의 주된 제정 취지가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회사의 출자전환 회계처리를 다루기 위한 것이었음을 고려해 볼 때, 당시로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상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채무·채권에 대한 출자전환 전에 채권자가 회사의 주식 1주를 취득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러한 경우 채권자는 기존 주주이기 때문에 해석서 제2119호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또한 지배회사가 종속기업에 대하여 채권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종속기업의 재무적 어려움으로 인해 지배권을 넘기기 위해 신규 투자자가 채권을 인수하고 출자전환하면서 동시에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그러한 거래가 동 해석서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만약 지배회사가 기존 채권을 출자전환하고 전환된 주식을 신규 투자자가 인수하면서 동시에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면 이 경우에는 기존 지배회사가 해석서 2119호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명확할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각 거래가 형식에 따라 다른 회계기준의 적용을 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따라서 출자전환 관련 유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면 해당 거래가 해석서 제2119호의 적용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분상품의 공정가치 측정시점
코스닥 기업 A는 20x6년 12월 20일 금융부채 100에 대하여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하여 20x7년 1월 2일 자기주식 10주를 발행하여 채무를 주식으로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 지분상품 발행으로 금융부채를 소멸시키기로 한 경우, 지분상품 공정가치 측정시점에 따라 회사의 손익금액이 크게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회계논제가 된다.
기업회계기준서 제1039호 문단 39에 따르면 금융부채는 소멸한 경우(즉, 계약상 의무가 이행, 취소 또는 만료된 경우)에만 재무상표에서 제거하여야 하며, 문단 41에서는 소멸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한 금융부채 전부(또는 일부)의 장부금액과 지급한 대가(양도한 비현금자산이나 부담한 부채를 포함)의 차액은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의 서로 다른 관점을 살펴보자.
해석서 제2119호 BC13에 대한 해석에 근거한다면 출자전환이 이루어진 시점의 공정가치로 측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금융부채 소멸과 관련하여 법률적인 해석에 따라 금융부채의 소멸시점을 판단하여 그 시점에 지분상품의 공정가치를 측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즉, 예시의 금융부채 100은 지분상품이 발행되는 20x7년 1월 2일에 소멸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반면에 기업회계기준서 제1032호의 관점을 적용하면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예시의 20x6년 12월 20일 계약이 '의무불이행의 결과에 따른 상당한 위약금 때문에 거래상대방에 대한 자원의 유출을 회피할 여지가 거의 없는 약정'에 해당되어 개념체계상 취소불능약정의 정의를 충족하는 경우로 가정한다.
동 기준서 문단 11에서는 거래상대방에게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하기로 한 계약상의 의무를 금융부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시점에 현금 등의 금융자산이 아닌 확정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을 인도할 계약상의 의무가 발생하게 되면 동 기준서 문단 16에 따라 자본의 정의에 부합하게 된다.
첫번째 관점에서는 금융부채의 원금상환의무가 주식발행시점까지 남아 있기 때문에 금융부채가 소멸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A사는 고정된 주식결제 또는 현금상환이라는 결제옵션을 가지게 되므로 금융부채의 법적소멸과 상관없이 금융부채의 조건 변경으로 20x6년 12월 20일자로 동 계약의 금융상품은 금융부채 정의를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회계기준서 제1039호 문단 40에서는 기존 금융부채의 조건이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채무자의 재무적 어려움으로 인한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우를 포함)에도 최초의 금융부채를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부채의 실질적인 조건 변경이 이루어진 때에 그 금융부채가 소멸한 것으로 보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지분상품의 공정가치
기업회계기준서 제1113호 공정가치측정 문단69에서는 시장참여자가 자산과 부채의 거래에서 고려할 그 자산과 부채의 특성과 일관되는 투입변수를 선택하고, 일부의 경우에는 그러한 특성에 대하여 할증이나 할인(예: 지배력 할증 또는 비지배지분 할인)과 같은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이나 부채에 대해 활성시장의 공시가격(즉, 수준 1 투입변수)이 있는 경우에는 특수한 경우(동 기준서 문단 79에서 명시)를 제외하고 공정가치 측정 시 그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의 예시에서 20x6년 12월 20일 A사의 종가는 단위당 9이고, 20x7년 1월 2일의 종가는 단위당 30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는 현실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에 입각한 가정이다.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회사가 출자전환을 통하여 재무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동 사항에 대한 공시가 이루어지면 실제 주식발행일까지 큰 폭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자전환 회계처리를 약정일(20X6년 12월 20일)에 하는 경우에는 발행되는 주식의 공정가치는 90(10*9)이고 소멸되는 부채의 장부금액은 100이기 때문에 회사는 10의 이익을 인식하게 된다.
반면에 출자전환 회계처리를 주식 발행일(20X7년 1월 2일)에 하는 경우에는 발행되는 주식의 공정가치는 300(10*20)이고 소멸되는 부채의 장부금액은 100이기 때문에 회사는 200의 손실을 인식하게 된다.
해석서 제2119호 BC13에서는 금융부채를 소멸시키기 위한 지분상품의 발행을 두 개의 거래로 분석하고 있다. 즉 첫째, 현금을 대가로 채권자에게 새로운 지분상품을 발행하고 둘째, 금융부채를 소멸시키기 위한 그 금액의 현금지급을 채권자가 수용하는 두 개의 거래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원거래로 주식발행일의 회계처리를 분석해 본다면 300의 현금유상증자를 통하여 지분상품을 발행한 거래와 금융부채 장부금액 100에 대해서 현금 300으로 금융부채를 소멸시킨 거래로 구성될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금융부채의 장부금액 100에 대해서 3배를 초과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지분상품에 의한 금융부채의 소멸이 발생하는 경우는 자율협약,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각 상황에 따라 출자전환 회계처리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 있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이 이와 유사한 회계처리에 직면하게 되면 회계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것을 권고드린다.
정재원 공인회계사
EY한영회계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