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와 직접 만나는 '소통의 스킨십' 늘리겠다" = 하종화 대구지방국세청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17일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와 대담을 갖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생시킬 세무행정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영세납세자와 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납세자들이 겪는 세금 관련 각종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실 중소기업, 정기 세무조사 유예·제외 혜택"
"찾아가는 세무자문서비스 등 서민지원 강화"
지난 1966년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외청으로 출범한 국세청이 최근 세금징수 기관이라는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납세자 지원 기관으로의 변신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납세의무 이행만 강조하기보다 납세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대국민 서비스 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된 세무행정의 패러다임이 뿌리째 바뀌는 지금, 국세청 역사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하종화 대구지방국세청장(사진)이 국세행정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1974년 9급 공채로 국세청에 입성, 지난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 자리까지 오른 하 청장은 약 40년 공직생활 내내 납세자 곁을 지킨 세무행정 전문가로서, 풍부한 일선 경험을 바탕으로 납세자 지원에 힘써온 대표적인 '親납세자형 국세공무원'이다.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그 여느 때보다 경제사정이 어려울 전망인 올해, 그가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축 대구·경북지역 관할 지방국세청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취임 직후 설 명절을 맞아 재래시장 상인들과 영세사업자들을 제일 먼저 찾는 등 지역 경제를 밑바닥부터 꼼꼼히 훑어본 그가 수출 감소, 내수 위축 등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한 지역 납세자들을 회생시키고자 마련할 세무행정 지원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대구시 침산동 대구국세청장 집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나봤다.
(대담: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 정리: 장은석 기자, 사진: 김용진 기자)
□ 지난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부임했다. 그동안 근무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우선 고향에서 근무하니 정말 푸근한 마음이 들고, '금의환향'(錦衣還鄕)까지는 아니지만 기쁘고 영광스럽다.
지난 1974년 경북 의성 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안동 세무서에서 초임 세무서장을 지냈고, 지난해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부임했다. 공직생활 큰 전환점마다 고향에서 근무했다.
부임한지 한 달하고 보름 정도 지났다. 아직 본격적으로 관할 구역 순시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경산과 동대구 세무서를 들러 일선 신고창구를 점검했고, 재래시장 등을 둘러보며 경기 침체로 어려워하는 영세사업자들과 서민들을 직접 만났다.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로 지역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지방국세청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최근 대구·경북지역 경제 상황과 세정 현황은 어떤가.
☞ 대구지방국세청이 관할하는 대구·경북지역 경제는 전국 GRDP(지역총생산)의 9.9% 수준이며, 세수 비중은 이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구미산업단지를 비롯해 4개의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으며, 5개 산업단지가 추가 건설 중이다.
지역 경제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동차 부품과 철강 산업의 수출 증가로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이후 실물경제가 급속히 어려워졌다. 올해도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와 이란 핵문제 등 중동지역 리스크 증가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 올해는 경기 침체로 세수 확보가 녹록치 않을 것 같다.
☞ 현재 대구·경북지역 산업은 제조업 평균 가동율 감소 및 부도율 증가, 건설업 침체 등으로 상당히 침체된 상황이다. 세수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해 대구지방국세청은 지역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세무행정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모든 직원들과 합심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세수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
□ 지방국세청은 지역 경제상황과 세정환경에 맞는 특색 있는 세정운영이 필요하다. 특별히 계획한 세정운영 방향 또는 납세자 세제지원 방안이 있다면.
☞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필요한 지방청 세무행정 역할은 기업을 비롯한 지역 납세자들에게 필요한 세정지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시행하는 일이다.
우선 일자리 창출기업, 연간 수입액 100억원 이하 중소법인, 장기성실 중소기업, 사회적 기업 등은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하거나 제외할 방침이다. 성실 중소기업에는 컨설팅 위주의 간편 조사를 실시해 세금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
대구지방국세청과 협약을 체결한 전통재래시장과 영세집단상가 납세자를 직접 찾아가 세무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세납세자 불복청구 사건에 불복도우미를 지정하는 등 서민 지원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 효과적인 세제지원을 실시하려면 납세자들과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 지난 설 명절 전에도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세정 협력자로 역할을 다하는 지방세무사회 임원진들을 만나 지방 세정환경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국세청 이외에 다른 기관 단체장들 모임에 참석, 지역 정보를 공유하고 세정에 적극 반영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지역 경제인, 동업자 단체, 세무대리인, 유관기관 단체장 등과의 만남을 늘려, 국세청에 바라는 건의사항과 세무 관련 애로사항 등을 수시로 파악하고 개선할 방침이다.
□ 국세청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역외탈세 차단, 체납징수 효율성 제고 등을 달성하는데 지방국세청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올해 국세청은 역외탈세 조사전담 조직을 지정·운영하고, 기존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을 '숨긴재산 무한추적 T/F팀'으로 확대·개편하는 등 지능적 탈세행위 근절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대구지방국세청도 '역외탈세 분석전담팀'을 가동해 신종 탈루유형과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각종 조세회피 행위 등에 대한 정보수집 및 심층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역외탈세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국제조세 전문자격 취득자들로 구성된 국제거래 조사팀 운영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체납정리 특별팀에서 이름을 바꾼 '무한추적계'를 중심으로 고액체납자들의 숨긴 재산을 찾는데 주력하겠다. 고액체납자의 배우자 및 동거가족의 재산과 소비지출 변동내용을 밀착 관리할 예정이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 시행으로 매출채권 실시간 조회가 가능해진 만큼, 고액체납자 매출채권을 조기 파악해 조속한 납부를 유도하고 숨긴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찾아내겠다.
□ 지방국세청장으로서 기관운영 및 직원관리 등에도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활기찬 조직 문화를 만들고자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 지방청장 부임 이후 직원들의 청렴 동아리 활동이 다소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직원들의 사회봉사 활동도 확대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바르게 걷기'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청렴·봉사 캠페인을 펼칠계획이다.
바르게 걷기란 몸도 마음도 바르게 걷자는 의미다. 즉 청렴, 봉사, 건강 등 3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운동이다. 국세청 공무원으로서 세금을 바르게 걷자는 의미도 포함된다. 바르게 걷기 캠페인이 직장생활에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
더불어 직원들 상호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관리자나 선배를 후배직원 멘토로 지정하는 멘토링도 실시할 계획이다.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승진·인사·포상 등에 공정하게 반영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
□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정운영을 위해서는 국세공무원 역량 강화가 필수다. 직원 능력개발 및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 우선 직장 내부 교육이 보다 활성화되도록 관리자나 경력직원이 직접 강사로 나서 서면분석, 조사서류 작성 등 실무 중심 교육을 실시해 직원들 자질과 업무역량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필수 자격시험 합격률을 높이고자 지방청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교재를 무료 제공하고, 세무서 실정에 맞는 강의식 자체교육이나 학습동아리 운영 등을 실시해 개인별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등 교육 효과도 높일 예정이다.
특히 대구지방국세청의 경우 여성 공무원 비중이 26.5%로 다소 높은 점을 감안, 여직원 균등 보직 부여와 승진 기회 보장 등으로 차별 없는 인사를 실시해 여성 인력 역량을 높일 방침이다.
□ 30년 넘게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했는데, 자신만의 '세정철학'이 있다면.
☞ 무엇보다 세무행정은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한다. 즉 잡음 없이 조용히 집행돼야 한다. 세정 현장에서 소리가 나지 않으려면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공정세정 구현은 세무행정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다음으로 납세자가 보람과 긍지를 갖고 기꺼이 세금을 납부하는 자발적 성실납세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과세관청의 세정 간섭을 최소화해 납세자 부담을 제거하고, 납세자가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국세청은 기업을 비롯한 납세자들의 요구와 애로사항을 적극 수용해 지원하고, 납세자는 투명한 경영을 바탕으로 성실납세를 이행해야 한다. 과세당국과 납세자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발전하는 '상생세정'을 구현해야 한다.
□ 직원들과 지역 납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 또는 부탁의 말씀이 있다면.
☞ 대구지방국세청 직원 모두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자세로 튼튼한 재정을 만들고 공정한 세정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길 당부한다.
특히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세정에 적극 협조해주시는 대구·경북지역 납세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대구지방국체성은 지역경제의 빠른 회복과 안정적 발전을 위해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납세자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 납세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어려움을 헤아리는 헌신적인 자세로 납세자와 국세청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세정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Inside Interview-사람의 '香'] "24세에 결혼, 아내는 내조의 여왕" "18번 '있을 때 잘해', 탤런트 김정은 씨 좋다"  □ 9급 공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방국세청장 자리에 올랐다. 그야말로 비고시 출신 직원들의 희망이자 롤모델이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일선 세무서 업무를 두루 거쳤다. 현장에서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익힌 경험이 공직생활의 가장 큰 밑거름이다. 지방청과 본청은 물론 총리실, 청와대,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심판원 등 다양한 세무행정 관련 부처에서 근무한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을 텐데. ☞ 공직 생활을 시작해 사무관 시절까지 밤 11시 이전에 퇴근해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세제실에서 3년간 근무할 때는 야근을 밥먹듯이했다. 하루는 얼굴이 너무 창백해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져 몇 번씩 병원에 들러 링겔을 맞고 근무한 경험도 있다. □ 열심히 일한 만큼 가정에 소홀했을 텐데, 부인과 자녀들에게 고맙다는 말은 자주 하나. ☞ 솔직히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하지 못했다. 잦은 야근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아내가 손수 도시락을 싸준 날도 많았다. 고맙다고 말은 못했지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내조의 여왕'이다. 한창 바빴던 6·7급 시절 자녀들이 쑥쑥 자라는 바람에 아버지로서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어느새 성년이 돼 아쉽고, 미안하다. □ 24살 나이에 일찍 결혼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 당시 남산세무서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내와 연애를 시작했다. 특별히 일찍 결혼한 이유는 없다.(웃음) □ 자신만의 건강관리 비법이 있다면. ☞ 딱히 내세울 만한 비법은 없다. 다만 예전부터 뛰고 걷는 걸 좋아했고, 특히 등산을 무척 좋아한다. 등산을 가면 숨을 헉헉거릴 정도로 서둘러 산을 오르지 않고, 페이스를 맞춰가며 무리 없이 정상까지 오른다. □ 직원들과 회식할 때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18번'은. ☞ 가수 오승근 씨의 '있을 때 잘해'가 18번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물론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도 서로 항상 위해주고 잘해줘야 한다는 의미로 회식 때 자주 부른다. □ 요즘 '소녀시대' 등 걸 그룹이 대세다. 특별히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이 있다면. ☞ 소녀시대는 다들 좋아하는 그룹 아닌가. 특별히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은 없지만 탤런트 김정은 씨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본청 개인납세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많지 않은 출연료 등 보상이 미흡한 상황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김정은 씨에게 홍보활동을 요청했는데, 기꺼이 승낙하며 세정 홍보 활동에 큰 도움을 줬다. 그때 김 씨가 국세청을 비롯한 국가 기관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나라를 생각하는 연예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