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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류영재 "행동주의펀드 흥행은 '동학개미' 호응 덕분"

  • 보도 : 2023.03.17 15:40
  • 수정 : 2023.03.17 15:40

"동학개미 적극 참여, 주주제안 활성화 토양"

"외국인투자자, ISS 자문 따르는 경향...식민화 우려"

"페미니스트? 여성친화 기업이 장기성과 높아"

조세일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지난 16일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에 투자해 본 '동학개미'들이 한국 증시의 거버넌스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주의펀드를 지지한 덕분이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과도한 버블을 방지하는 공매도 제도의 개혁과, 내부자 거래 근절이 필요하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지난 16일 조세일보와 만나 최근 행동주의펀드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점에 이같이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는 의결권 자문사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이다.

올해 정기주총 시즌의 관전 포인트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확대,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물적분할과 주주권익 보호, 환경·사회 주주권 행사 등 4가지를 제시했다.

류 대표는 서스틴베스트가 정부로부터,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의결권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비교해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자문서비스 비용을 합리화해 다양한 국내 자문사가 출현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류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세일보
 
■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을 관전포인트로 꼽았는데.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얼라인파트너스나 트러스톤, 차파트너스 등 토종 행동주의펀드 여러 곳이 나서서 주주제안을 하는 게 올해 주총의 특징이다. 아무래도 약세장일 경우 행동주의를 통해 리레이팅(재평가)을 함으로써 업사이드(상승여력)를 먹으려는 투자전략이 관심을 받게 된다.

여기엔 '동학개미'의 역할이 크다. 8~90년대 '개미군단'은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 동학개미들은 젊은 친구들도 많고, 무엇보다 미국 자본시장에 투자해본 사람들이 많다.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 시장의 제도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거다. 이들이 행동주의펀드에 관심을 갖고, 지지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플랫폼에서 의견을 모으게 되면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더 활성화되는 토양이 됐다고 생각한다.

■ 물적분할보다 인적분할 안건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 정권이 바뀌고 나서 물적분할에 대한 삼중규제 장치(공시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상장심사 강화)가 생겼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물적분할 과정에 비용이나 노력이 많이 필요해진 거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업 이미지 훼손도 덜하고 비용과 노력도 적게 들어가는 인적분할을 선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통해서도 사익편취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활용하려고 할 거다. 인적분할엔 자사주 마법 문제도 있고 아직까지 자사주 소각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국내 의결권자문사 업계 현황은 어떤가. '독립적인' 자문사가 서스틴베스트뿐이라고 강조해왔는데 다른 곳과 차별점은.

= 의결권 자문사가 의안을 분석하는 건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해당 의안이 주주 입장에, 기업의 장기적 번영 관점에 부합하는지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의안분석 기관이 독립적이려면 피평가대상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이해상충이 있어선 안 왼다. 그런 점에서 서스틴베스트만이 유일한 독립계라고 생각한다.

A사는 정부가 원장을 임명하고 관계기관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그럼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B사는 모회사, 모회사와 관계된 기업이 보고서를 구매해 준다. 일종의 '캡티브 마켓'을 보유한 셈이다. 과연 중요한 안건에 대해 독립적인 의견을 낼 수 있겠나.

■ 자문서비스의 비용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해왔는데.

= 의안 분석을 11년째 해오고 있는데 계속 손해다. 국민연금 의안분석 자문을 3~4년간 하다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그만뒀다.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소명으로 하고 있지만 회의감이 들곤 한다. 시장원리가 작동하고 적어도 원가는 남아야 비즈니스가 될 텐데 말이다. 그나마 ESG리서치로 낸 수익으로 벌충하고 투자를 받으며 17년을 경영해왔다.

ISS가 기업분석보고서 한 건당 100달러(약 13만원)에 팔고 있어 시세가 그렇게 형성돼 있다. ISS는 '공장에서 두부를 찍어내듯' 의안분석 보고서를 낸다.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에게 글로벌하게 영업을 하니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 ISS는 보고서 퀄리티가 낮지만 지명도가 있다보니 100달러에 팔아도 수지타산이 맞는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지금의 4~5배 수준은 돼야 한다.

■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가 일부 금융지주의 주요 안건에 의견을 내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 난 ISS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는다. 피상적인 분석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이 ISS나 글래스루이스 같은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의 의견을 듣는다. ISS 의견에 반해서 투표하려면 반대 논거도 세워야 하고 내부 프로세스가 복잡하다.

그러다 보니 그냥 ISS 의견에 따라서 투표한다. 심한 경우 우리나라의 주주권이 ISS에 식민화되는 거다. 우리나라에도 실력 있는 의안분석 기관이 나와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마케팅도 하고 해야 한다.

■ 메리츠자산운용과 함께 '메리츠더우먼펀드'를 설계했다. ESG에 있어 여성친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 '류영재는 페미니스트다, 그래서 여성 인권을 보호한다'고들 얘기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ESG 투자의 제1원칙이 장기투자다. 성별 다양성을 갖춘 기업이 장기 성과를 잘 내기 때문에 투자하는 거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인구의 반은 남성, 반은 여성인데, 전체 인구에서 인재를 뽑으려는 기업과 절반 중에서만 뽑으려는 기업 중 어느 기업이 더 유능한 인재를 뽑을 가능성이 높겠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남성 위주였다. 남성중심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소비자의 반은 남성, 반은 여성이다. 그런데 소비선택권의 80%는 여성이 행사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B2C 기업의 경우 고위직이나 이사회에 여성이 있어야 소비트렌드나 변화를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겠나.

마지막 이유는 2030세대가 민주적 소통을 중시한다는 거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소수성을 존중해주는 것 자체를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적이고 유연한 데서 혁신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여성친화기업이 혁신을 이뤄내는 데 더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다. 그걸 바탕으로 우먼펀드를 만들었다.

■ 최근에 우먼펀드 개편이 이뤄졌다던데 어떤 방식인가. 앞으로 다른 금융기관과도 공동 운용할 계획이 있나.

=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존리 대표가 나가고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온 만큼 그들과 논의하고 있다. 우먼펀드를 다른 곳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ESG엔 탄소중립이나 거버넌스 등 여러 테마가 있다. 그런 혁신지향적 기업을 모아 투자하는 전략으로 다른 운용사와 같이 해볼 생각이다.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우리나라는 공매도 제도가 선진화가 안 돼 있다. 행동주의에 이런저런 명분이 있지만 결국 주가가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후유증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오버밸류(고평가)가 일어났을 때 공매도는 과도한 버블을 박아주고, 버블이 터졌을 때 일반투자자의 과도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SM 사태의 경우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했다. 행동주의에서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공매도가 활성화됐다면 과도한 버블을 막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었을 텐데 싶다.

내부자거래가 만연한 것도 문제다. 행동주의와 관련해서 기업이 어떻게 대응한다 라는 걸 철저하게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공개매수를 한다 등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안된다. 그런데 지식을 교환하는 것 자체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제도적 장치가 행동주의 투자와 같이 균형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주주에게 엄청난 피해를 미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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