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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류영재 "국민연금 서울행은 '원상복구'...서울을 금융허브로"

  • 보도 : 2023.03.17 15:37
  • 수정 : 2023.03.17 15:37

"외국인투자자, 지리적 불편 호소"... "비대면 시대라도 지리적 위치 중요"

"국민연금 의결권, 기업의 장기 번영과 미래세대 영향 고려해야"

조세일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지난 16일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국민연금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건 거버넌스 문제 때문이다. 정치적 이유가 아닌 기업가치를 높여 장기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옮기는 건 '원상복구'다. 서울을 금융허브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지난 16일 조세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는 의결권 자문사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류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세일보
 
■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 위계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가 문제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 900조원을 굴리는 '공룡'이다. 기금운용원칙은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지속가능성, 운용독립성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밑에 국민연금공단이 있고, 그 밑에 기금운용본부가 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 문제 때문에 독립성이 침해되는 거다.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밑에 있다 보니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관장한다. 복지 전문가가 기금 운용을 어떻게 알겠나. 900조원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금융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 고갈시기가 9년 늦춰진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주에서 서울로 옮기자는 논의가 있는데.

= 옮기는 게 아니라 '원상복구'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투자자를 데리고 전주에 간 적이 몇 번 있다. 다들 '왜 이렇게 멀리 있냐'고 의아해하더라. 일각에서는 비대면 시대라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중요하다.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는 대부분의 운용인력이 암스테르담 공항 근처에 위치한 지사에서 일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만 오는 게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도 간다. 하루나 반나절 다녀가기도 한다. 전주까지 내려가려면 이틀을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서울도 금융허브가 안 되는데 전주를 어떻게 금융허브로 만들겠나. 국민연금 하나 간다고 될 문제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수도권에 있는 서울로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마찬가지로 반대한다. 가뜩이나 금융이 약한 나라인데 자꾸 분산시키면 안 된다.

■ 국민연금이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한가.

= 진보 정권이나 보수 정권이나 똑같이 국민연금에 입김을 가하고 있다. 진보는 재벌개혁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고, 보수는 기득권을 강화시키고 인사 개입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 이런 엉뚱한 방식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기업의 리스크 팩터(위험요인)를 모니터링하고, 주주이익이나 장기적 번영 관점에서 기업이 경영을 잘하는지 감시하는 거다.

또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지금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6~70대는 굉장한 혜택을 받고 있지만, 2~30대는 지금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좋은 예시로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처(NBIM)는 ESG 관점으로 기금을 운용한다. 이 기금은 북해유전의 수익금인데, 매장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전 고갈에 대비해 수익금을 적립한다. 미래세대의 복지나 재정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기껏해야 1~2년인데 이들은 100년, 20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

■ 우리나라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이유는.

=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개념으로 성장해온 나라다. 투자에 있어서도 급하다. 길게 보면 기업의 가치와 주가는 수렴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내재가치가 100인데 주가는 1000도, 10000도 갈 수 있다. 이런 '버블'들이 우리 증시 역사에 있어 굉장히 많다.

주가가 단기적으로 막 올라간다? 그걸 펌프질하기 가장 좋은 소재가 행동주의다. 행동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것과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건 별개의 문제다. 행동주의가 주목받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면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벗어나 화끈하게 올라간다. 수급원리에 의해서만 올라가다 보면 거기서 버블이 일어나는 거다.

■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우리 증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가 실재하나.

= 당연히 있다. 코로나 이전에 100곳 이상의 연기금, 국부펀드, 대학기금 등 장기투자자들을 만났다. 그중 8~90%는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 우선 비지배주주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KT 사례와 같이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정부가 지분 하나 없이 인사 개입하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CEO 선임은 거버넌스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으키고 있다.

■ 그들이 요구하는 개선사항은 무엇인가.

= 한국의 이사회가 유명무실하다, 사외이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들을 한다. 사외이사가 다 교수 아니면 변호사다. 외국은 기업을 경영하고 이사회를 운영해본 사람들이 이사회에 들어간다.

그런데 한국은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하면서 기업을 경영한 적도 없고 이사회 경험도 없다. 이론적인 것만 가지고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낼 수 있겠나. 오히려 딴지만 걸고 발목만 잡는다.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금융지주 회장 왈, 차라리 업계 전문가를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는 게 낫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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