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불확실시대의 도래

지난 1년간은 무역에 관한 책 4권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중에서 국가 간의 무역전쟁을 다룬 '트레이드 워'에 이어, 달러 기축통화 전쟁에 관한 '강달러 시대, 한국경제의 미래'를 쓰면서 세계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변화가 변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100년 간에 이루어진 과학과 사회의 발전은 지난 수 만년동안 인류가 이루어 놓은 발전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과학과 사회는 점차 그 발전 속도를 높여서 발전과 변화의 기하급수 시대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가 한계에 달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고, 변화의 정도도 한계에 달한 듯하다.

세계화는 이미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글로벌 정치.경제의 영향을 받고 있고, 환경은 북극 빙산이 녹아 적도의 피지가 잠겨 나라가 사라질 정도가 되었고, 과학은 인류를 수백번 멸망시키고도 남을 정도의 무기를 만들었으며,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창조 영역까지 넘보고 있고, 윤리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 반려동물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지구 환경과 자원의 고갈이라는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의 발전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긍정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있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찬양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도 정보화, 세계화, 자유경쟁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적극적으로 전도사 역할을 한다. 칼빈의 주창한 '직업 소명설'이 있다. 그에 의하면 직업이란 하나님이 내려주신 것임으로 현재에 만족하고 열심히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하여 일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만일 칼빈의 위치가 노숙자였다면 스스로 그런 소명설을 주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처럼 회사 자체가 수시로 인수와 합병, 부도 등으로 인하여 변하는 마당에 그런 소명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 까? 분명 칼빈은 새로운 직업관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는 아직 그런 직업관이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살벌하게 빨리 변하는 직업 구조 내에서 어떻게 하면 실업자가 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끊임없이 노력하여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지식인이 되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은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생계유지를 위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어째서 직업을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 이제는 직업을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 심지어는 인간이라는 종족을 보존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도 깊어져 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의문의 정도가 깊어져 스스로 멸종의 길에 들어섰다고까지 하는 게 세계적인 공감대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도 '정말 오래 살아야 해?'라며 다가오는 150살 장수세대를 두려워한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도 모든 것이 불확실해져 가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위산업? 확실한 나라도 확실한 산업도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시대는 매우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지속성은 짧아질 것이라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사실 뿐이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안전함을 찾아갈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시대는 안전자산을 향한 높은 열망이 좌우할 것이고, 이는 미국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서 달러는 더욱 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곧 출간할 '강달러 시대, 한국 경제의 미래(가칭)'를 기대하시라.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