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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

범죄의 재구성 VS 거래의 재구성

  • 보도 : 2023.03.07 08:00
  • 수정 : 2023.03.07 08:00

'한국은행을 털어라' 범죄의 재구성 

세법 적용에 관한 거래의 재구성과의 비교

형사 범죄 vs. 조세 회피, 행위의 재구성을 통한 실체 파악 유사

우회 거래 혹은 제3자를 개입시킨 거래를 하나의 거래로 재구성 

형식 속에 숨어 있는 실질 찾아, 과세요건의 충족 여부 판단

조세일보
◆…한국은행을 털어 수익을 나눠 가질 목적으로 의기투합한 은행털이범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여 상호간 물고 물리는 사기극을 펼친다. 범죄행위의 재구성을 통하여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를 추정하게 만든다. [사진=범죄의 재구성 영화포스터]
범죄의 재구성!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로 '암살', '도둑들'을 만든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제목이다.

한국은행에 위장 잠입한 사기꾼 일당이 현금과 채권을 탈취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과연 누가 돈을 움켜 쥔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일종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범죄자가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위장하거나 제3자를 개입시켜 실체를 흐리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처벌을 면해보려 시도하는 과정을 다룬다.

형사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려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베일 속에 가려진 실체를 찾아야 한다. 사건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형식에 불구하고 그 본질을 들여다 보면서 범죄 의도가 있었는지, 목적(이익)을 달성했는지 등을 살핀다. 이를 범죄의 재구성이라 한다.

증여세에도 이와 유사한 개념이 있다. 바로 실질과세이다.

특정 거래에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치는 등의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 혹은 감소하게 하였는지를 본다.

회사(X)의 대주주(A)가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다른 회사(Y)를 거쳐 저가로 인수해서 이익을 본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에 대하여 과세당국은 형식은 제3자 개입 거래였지만, 실질은 X로부터 직접 전환사채를 취득한 바와 경제적으로 동일하다고 보았다. 그 결과 A가 X로부터 직접 전환사채를 취득할 경우 부담하게 되는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감소시켰다고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른바 거래의 재구성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 하급심 법원은 과세당국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전환사채의 취득 및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신주의 취득까지 약 2년의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일련의 행위들이 동일한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과세처분을 취소하였다.

해당 거래의 형식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조세회피의도가 있었는지, 해당 거래로 인하여 이익을 얻었는지 등의 요건을 살펴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세법에서는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 과세표준의 계산에 있어서도 이와 같다.

나아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거래의 재구성 요건이 될 수 있다.

다만 해당 사건처럼, 비록 제3자가 개입되어 증여세를 회피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거래의 재구성을 통해 증여이익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거래의 재구성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그 너머에 있는 본질을 살피려는 조세법의 과세원칙 중 하나이다. (참조판례: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두46963판결)

법무법인 원
정찬우 고문

[약력]성균관대 법전원 법학박사, 동국대 객원교수,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저술]통일세 도입론/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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