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란 측, 다소 오해…동결자금 문제, 핵무장 관련 발언 문제 삼아 초점 흐려져"
"오해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증명…오해 풀리면 정상화 빨리 이뤄질 것"
野 "한-이란 관계 최악으로…대통령의 말 폭탄, 외교와 경제의 시한폭탄 돼 가"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9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이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 차 머물고 있는 스위스 취리히 현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날 주한이란대사를 통해 나온 여러 가지 입장을 보니 동결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삼은 것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오해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증명됐기에 우리 쪽에서도 주한이란대사 초치해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특사나 다른 고위급 회담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버를 하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란 측은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과 관련해 자국 주재 윤강현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자 우리 외교부도 19일(현지시간)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맞초치해 정부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윤강현 한국대사를 불러 "이란은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분쟁 해결을 위한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윤 대통령이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 野 "대통령의 말 폭탄, 외교와 경제의 시한폭탄 돼 가"
더불어민주당은 이란이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것과 관련해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지는 윤석열 대통령, 한-이란 관계를 어떻게 수습하려는 것인가"라며 "대통령의 말 폭탄이 외교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국이 서로 대사를 초치하면서 한-이란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UAE와의 관계도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UAE와의 비밀군사협정으로 불똥이 튀면 국익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국내 원유 5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동결 자금 문제 등으로 얽혀 있어 각별한 외교적 관리가 필요한 국가"라며 "그런데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외교적 부채만 쌓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격려 차원의 말씀'이라며 발언 의미를 축소하기만 바쁠 뿐, 정작 이란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는 것인가. 뭉개기식 대처는 사태를 장기화하고 국민의 불안과 국가적 리스크를 키울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번 외교참사를 신속하게 수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