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 적은 이란' 논란 파문…이란 "심각하게 지켜봐" 민주당 "또 실언으로 외교참사"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을 둘러싸고 외교적인 파문이 확산되자, 외교부는 17일 "보도된 발언은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 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라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 당국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묻는 기자 질문에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편 16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최근 스탠스,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고 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역사적이고 우호적 관계와, 이들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 "해외에 나가면 외교참사, 사과해야…이분법적 외교 인식, 안보 위험에 빠뜨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외교참사를 일으키며 국격을 훼손하고 있다"며 "실언으로 외교 문제 만든 윤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 통해 "대통령의 발언이 작심 발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이란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한 발언이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의전 하나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순방 외교에서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말실수, 외교 참사가 한두 번도 아니고 윤 대통령의 실수를 막지 못하는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대통령과 참모들이 왜 이런 문제를 만드는지 답답하다"며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고 반성은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억지 변명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윤석열 정권의 기준이 됐다. 이러니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17일 "윤석열 대통령 말 한마디에 협력국 이란이 졸지에 적국으로 바뀌었다"며 "윤석열 리스크가 코리아리스크의 핵심이 됐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15일 UAE에 가장 위험한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언급했다. 참 위험천만한 발언"이라며 "지난해는 한-이란 수교 60주년이었다. 1967년부터 운영 중인 주이란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적군' 한마디가 양국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은 누구보다 균형 잡힌 외교가 필요한 나라다. 근데 국제 외교를 적군 또는 아군으로 접근하는 대통령의 이분법적 외교 인식은 대한민국 안보와 국가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기 충분하다"며 "최근 북한에 대한 강대강 대치와 일본 대한 저자세 외교도 이런 이분법적 외교관에서 오는 참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