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키피디아(람 이내뉴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옥죄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타이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오는 24일 미국 조 바이든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회담을 앞두고 람 이매뉴얼(Rahm Emanuel) 주일 미 대사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금지를 위해 일본, 네덜란드, 한국 모두가 동의해야만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미국 상무부 허가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로 네덜란드와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의 발목을 잡는데 골몰하는 일본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수출에 동의해 줄 것인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주일 미 대사는 전화통화를 통해 중국 칩 수출 금지에 있어 일본과 함께 한국과 네덜란드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일 양국이 광범위한 안보 문제를 처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겠지만 칩 산업의 거래 통제에 대한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네덜란드도 이러한 통제에 동참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를 가진 한국에 대중국 칩 판매를 위해 4국이 동시에 동의하는 형태의 규제를 한다면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공급하는 미국과 일본, 특히 소재공급 중단을 통해 한국을 고사시키려 했던 일본의 과거 행태가 4국 합의라는 모습으로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일 미 대사의 발언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거래 규제가 단순히 양자 간이 아니라 다자간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참여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그간 대미 외교에 있어 보였던 자세를 보면 믿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이한 점은 중국이 칩 규제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미국을 제소했는데 중국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는 대만이 지난 6일 WTO 참여를 공식 선언하며 중국의 편을 드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일본과 네덜란드가 대중국 규제강화에 미국과 함께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ASML의 경우 규제 대상인 EUV(극자외선)는 7nm 이하 공정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역시 반도체 장비와 소재만을 놓고 보면 중국 수출 금지로 입을 손해가 크지 않다는 평가고, 4국 동의에 의한 수출로 인한 피해는 한국만 고스란히 입게 될 형편이다. 우리 생존을 위해 정부가 일방적인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