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족, '나라 구하다 죽었냐' 폄훼 발언에 "2차 살인…책임져야 될 사람과 안 만나"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이 14일 최근 여권 인사들이 희생자 유족들을 향해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 폄훼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공감능력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이건 2차 가해도 아니고 2차 살인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조카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한 유족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2월 10일 딸의 결혼식을 앞둔 부모님도 계셨고, 발인 다음 날 딸의 취업 합격문자를 받으신 분도 계셨다. 3년 전 혈액암으로 딸의 골수를 받아서 살고 계신 아버지도 계신다. 이번에 그 딸을 보내셨다"며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에 대해 평가하고 싶진 않다. 그냥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라며 "두 번씩 죽이는 언행이 맞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 12일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향해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등의 글을 작성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을 두고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연락이 와 따로 장관이 보자고 한다는 연락을 받으신 적 있나'라고 묻자 "받았다. 행안부 장관이 만나고 싶다고 24, 25일 이틀 중 만나실 의향이 있냐고 물어봤었다. 다른 유가족들과 같이 만나는 것은 아니고 한 희생자의 한 가족만 별도로 만나는 것으로, 집이 불편하면 근처 스터디룸 같은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

'왜 따로 만나야 되는지 이유를 물어봤나'라고 묻자 "그 부분은 모른다고만 대답했다"며 "별도로 만나는 건 부담스럽기도 하고 과연 행안부 장관이 직접 오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나와 상의했는데 책임져야 될 사람을 만난다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해서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국정조사와 대통령의 공식적 사과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故) 이지한 씨 부친이자 협의회 대표인 이종철 씨는 "국정조사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정부가 2차 가해·재발 방지와 안전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라며 "법적, 행정적 책임까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성역 없이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