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별장'이 사치성 재산?.. "중과세 완화해야"

한국지방세연구원, '별장은 지금도 사치성 재산인가' 보고서 발간

인구유입 걸림돌.. 지방소멸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과 상충

별장에 대한 중과세 제도를 완화하거나 별장의 사치성 재산에서 제외하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방소멸'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50여년 전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도입된 별장 중과세 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별장은 지금도 사치성 재산인가 : 이소영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를 7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3년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별장이 사치성 재산 중 하나로 지정되었고, 취득세와 재산세가 중과세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의 변화로 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정부는 검소한 사회기풍을 통해 국민통합과 사회안정을 꾀하고자 한 것.

별장 중과세 도입 당시 재산세는 일반재산세율의 2배(0.6%), 취득세는 표준세율의 3배(6%)가 부과되었다. 취득세 중과세율은 1974년 대통령긴급조치 제3호의 발동으로 취득가액 또는 년부금액의 15%까지 인상된 이후 표준세율의 7.5배의 수준을 유지하다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표준세율의 5배로 하향 조정했고, 현재는 표준세율에 8%(중과기준세율(2%)×4)를 더한 수준이다.

재산세 중과세율은 긴급조치 제3호로 별장가액의 5%로 인상되었고, 2005년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종합토지세가 재산세로 통합되면서 별장 재산세 중과세율이 4%로 1%p인하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방세법상 별장은 ①주거용 건축물로서 ②상시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휴양·피서·놀이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말한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도 별장 요건에 해당될 경우, 사치성 재산으로 중과세된다. 오피스텔도 사업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별장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별장으로 보아 사치성 재산으로 중과세된다. 숙박시설인 콘도미니엄도 주거용 건축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별장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판례에 의해 별장으로 보아 사치성 재산으로 중과세된다.

◆ "'멀티해비테이션' 관점에서 이해해야"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 자연감소 시대에 진입한 가운데, 지방 인구감소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에 의한 사회적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해 소멸위험이 있는 지역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절반수준(49.6%)인 113개다. 2005년 33개 시·군·구가 소멸위험지역이었으나,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한 2020년에 100개를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과반에 가까워졌다. 행안부에서 지정고시한 인구감소지역은 부산, 대구, 인천, 경기 지역을 포함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약 40%인 89개 지역이다.

한편, 국민 삶의 질 지표 중 하나인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은 별장 중과세 도입 당시에 비해 11배 이상 증가했고, 문화여가지출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소득증가로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휴식과 여가를 추구하는 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형성됐다.

보고서는 현대의 별장은 도시와 농촌에 복수의 주거지를 마련하고 주중에는 도시, 주말에는 농촌에 거주하는 행태인 '멀티해비테이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해비테이션은 생활수준 향상, 주5일 근무제 정착, 교통여건 개선, IT산업의 발달, 웰빙 욕구가 맞물려 도시와 농촌에 각각 집을 마련해 두고 왕래를 통해 양쪽에 모두 거주하는 주거방식을 말한다. 도시를 아예 떠나는 귀농·귀촌과는 다른 개념으로 도시생활을 유지하며 농촌생활을 즐기거나 또는 그 반대의 경우를 포함하는 '1가구 다거주지' 형태다.

일본은 체재형 주말농장인 시민농원을 통해 멀티해비테이션을 실현하고 있다. 러시아는 도시민의 약 70%가 주말이나 휴가철에 머무르는 교외에 있는 집과 텃밭인 다차(Dacha)를 소유하고 있다. 스웨덴 인구의 약 55%는 도시를 떠나 자연에 위치하는 여름집(Sommarstuga)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으며, 인구의 약 22%는 여름집을 소유하고 있다.

◆ 시대착오적인 '별장 중과세' 제도.. 인구유입 걸림돌

보고서는 별장 중과세 제도는 더 이상 그 입법목적의 타당성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대됨에 따라, 소비의 억제를 통해 사회안정과 질서를 달성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별장 중과세 제도는 오히려 여가활동을 통해 일과 삶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삶의 방식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어 멀티해비테이션은 농촌지역에 외부인구를 유입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체류인구 등 실질적인 지역인구의 증가와 이를 통한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별장 중과세 제도는 멀티해비테이션의 인구 유입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농촌지역의 세컨드하우스 중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숙박시설의 대체재라 할 수 있고, 시세 등을 고려할 때 사치성 재산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공동주택과 더불어 콘도미니엄과 같은 숙박시설을 사치성 재산으로 중과세하는 것은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과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지방소멸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50여년 전의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도입된 별장 중과세 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별장 제외 기준인 건축물 가액 6500만원은 2005년 이후 조정되지 않고 있어, 현 시점에 적용하기에는 매우 불합리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국민들의 주거형태 및 생활방식의 변화를 인정하고 장려하며, 지방의 인구 유입 및 정착 기반 마련을 위해 현행 별장 중과세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자연 친화적 여가 문화의 확대가 인구감소라는 지방의 위기극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별장 중과세 제도를 완화하거나 별장을 사치성 재산에서 제외하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