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서훈 구속은 정치보복"…"윤심은 한동훈 차기 당대표 아닌가 의심"

"문 전 대통령, '최종 승인 내가했다'는 것은 일종의 '통치행위'"

"서 전 실장은 국보급 남북관계 전문가·주요한 자산"… 구속 유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구속한 것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큰 맥락에서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용공'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리'로 프레임을 씌워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서해 공무원 사건… '대통령의 통치행위' 해당

박 전 원장은 특히 서해 공무원 사건의 경우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해서 접촉하는 이런 일은 일종의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러한 것을 조사하고 처벌한다면 앞으로 누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나서겠느냐"고 현재 진행 중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구속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남북 관계에 해박한 실무자이자, 전문가라며 이런 전문가(주요한 자산)을 구속해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은 중요한 인적 자원의 파괴로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고 안타까운 입장을 드러냈다.

■ 서훈 전 실장, "정치인 아닌 남북 관계 전문가, 실무가, 주요한 자산"

박 전 원장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한 특사로서 서훈 전 실장과 함께 일을 하게 됐다며 그때 당시 단장이던 서 전 실장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국보급이라고해서 당시 국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는 "사실 윤석열 대통령도 대북 접촉을 할 때는 서훈 전 실장같은 전문가의 자문일 받을 수 있다"며 "주요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보기관도, 북한도 굉장히 아쉬워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분단국가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문제로 정치인도 아닌 전문가를 구속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SNS에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도 똑같은 말씀을 해서 견해가 같구나 이렇게 느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최종 승인은 내가했다'고 한 것은 내 책임이다. 통치행위라고 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 정권의 칼날이 '용공-문재인, 비리-이재명'으로 향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국민 정서" 감안…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하지 못할 것" 전망

진행자가 '검찰이 최종 승인권자라고 스스로 이야기한 문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수사하고 뭔가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박 전 원장은 "칼날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하겠지만, 지금 현재 서훈 전 실장을 구속하면서 '최종 책임자, 판단자'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과 또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서 (법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서훈 전 실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과 관련해 증거 인멸의 우려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자진 월북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정보가 삭제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박 전 원장은 "검찰에서는 서 전 실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저도 지금 답변하면 KBS '최강시사'에 출연해서 증거 인멸을 기도했다고 이렇게 나오려는지 모르겠다"고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박 전 원장은 이어 "그러나 저는 방어권 차원에서 얘기하는데, 서 전 실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지 않고, 삭제 지시도 없었다. 그리고 저 자신도 그렇게 (삭제) 지시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관계장관회의나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모든 회의에 참석했지만, 그런 지시는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검찰에 나가서도 진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참석한 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자료는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전혀 없었다"며 거듭 서 전 실장과 자신이 자료를 삭제하거나,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자료의 생산 부서는 국방부이고, 공유 부서가 국정원, 청와대 안보실, 미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백 명이 그걸 봤는데, 어떻게 삭제 지시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과거 국정원에서 정치 사찰이나 공작을 할 때 처음부터 '멍텅구리 PC'라는 소위 자기들만, 관계자들만 취급하는 PC를 구입해서 자기들끼리 논의하고 그 PC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한다며 "현재 국정원 시스템은 어떤 직원이 어떤 PC를 쓰더라도 메인 서버에 올라가게 된다"며 삭제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장이 삭제를 지시했다면 그 삭제 지시했다는 지시도 (메인 서버에) 올라가고, 삭세한 것도 올라가고, 그 원본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거듭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 전 실장 다음으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소환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연락을 아직 못 받았느냐는 질문에 박 전 원장은 "연락이 아직 없다"며 "연락이 오면 가서 사실대로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큰 그림, 큰 맥락에서 보면 서해 공무원 사건은 정치 보복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해서 접촉하는 이러한 일은 일종의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법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러한 것을 조사하고, 처벌한다면 누가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나서겠느냐"고 항변했다.

박 전 원장은 거듭 서 전 실장은 KEDO에서 파견 나가서 김영삼 정권 때부터 북한에서 몇 년간 근무했고, 그 후 역대 정권에서 가장 해박하게 대북 문제를 취급해 온 남북 관계 전문가, 실무자라고 밝혔다.

그는 "서 전 실장만큼 북한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있는 분이 없다. 윤 대통령 역시 북한과 외교적 대화를 할 경우 서 전 실장 같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고, 미국 정보기관 나아가서 북한에서도 굉장히 아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전문가를 분단국가에서 싹을 잘라 버린다면, 중요한 인적 자원의 파괴로 결국은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정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금 7개월째 집권하면서 지적받는게 5년 동안 어떻게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 제시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관저 정치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민사회단체, 사회 원로들을 많이 만났다고 소개하면서, 윤 대통령이 소위 윤핵관을 먼저 만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도 만나고, MBC 기자 등 두드리면서 '잘하자'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감동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윤심은 한동훈 아닌가" 의심

또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당대표 차출설에 대해서도 "당장 이번에 대표로 나오지 않고, 내후년 총선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런데 최근 기류가 바뀐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지금 현재 당대표 후보군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한동훈 장관을 한번 띄워서 국민과 당원들의 반응을 보는 게 아닌가, 여론을 들어보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