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인터뷰 "절규하는 아이들에게, 몸부림치는 유가족에게 국가는 없었다"

"10월 29일 밤 살라달라 절규하는 아이들에게 국가는 없었다"

"가족 잃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가족에게도 국가는 없었다"

"저희에게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을 돌려달라"

"10월 29일 날 밤에 살려달라고 절규하며 외치는 아이들에게 국가는 없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가족에게도 국가는 없었습니다. 저희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 막내 딸인 故 이주영 씨를 잃은 아버지의 말이다.

故 이주영 씨의 아버지는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그동안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의 사과는 없었다"며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이들의 한을 풀어줄 수가 없다는 생각에 이제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아이들의 입이 돼서, 그 억울함을 말해야 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이주영 씨에 대해 묻자 "저희 집에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고, 또 막내여서 모두가 굉장히 예뻐했다"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이어 "카리스마가 넘치는 아이였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인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했고, 또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결혼을 앞둔 예쁜 예비신부였다"고 밝혀 더욱 안타깝게 했다.

진행자가 '참사 발생 후 정부에서 유가족들에게 1대1 매칭을 해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는데 언제 처음 연락을 받았고, 무슨 지원들을 받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저희는 경황이 없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아무런 상황에 대한 판단도 없었던 상황이어서 아들한테 아마 연락이 왔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아이(故 이주영 씨)가 의정부 모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그 뒤로 계속 정부가 전담공무원을 지정해서 지원을 해줬느냐'고 묻자 故 이주영 씨의 아버지는 "뭐 딱히 없었던 것 같다"며 "1대1 매칭하던 경찰관이 저희한테 유류품을 챙겨서 직접 전달해 준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많은 희생자들, 유가족들이 있었고, 그분들도 저희하고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 같은데 한 분이라도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전혀 연락할 방법도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답답했다"고 당시의 답답한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참사 희생자 유족협의회를 출범시킨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함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정부에서 먼저 유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유가족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면 저희가 이렇게 외롭고 슬프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게 없었으니까 저희들만이라도 같이 한 공간에서 서로 위로하고, 저희들 스스로밖에 기댈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모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의 무성의한 조치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애시당초부터 이태원에 직접 뛰어가서 저희 아이가 그 빈 건물에 누워 있는 걸 봤었고, 또 수많은 아이들이 거기 같이 함께 누워 있었는데, 당국에서 통제를 해서 아이한테 접근도 할 수가 없게 됐다. 그 이후 용산에 있는 체육관으로 다들 집결했는데, 거기서 유가족들을 불러 모아 연고지 장례식장으로 연결을 시켜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믿고 기다리던 유족들에게 갑자기 실종자 신고를 해라, 그리고 (집에)가서 기다려라고 하더라"며 "그 후 한참이 지나 의정부 모 병원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거기 가서도 엄청 많이 기다렸다. 지칠대로 지치고 탈지한 상태에서 경찰서에 왔다갔다 조서도 꾸며야 되고, 저희 연고지를 옮기겠다고 하니 검사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유가족들을 만나고 나니 모두가 그런 경험들을 했던 것"이라며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아버지는 또 1대1 매칭 지원이 "빛 좋은 게살구였다"며 "현실적으로 유가족들한테 와 닿았던 부분이 전혀 없었던 같다. 도대체 무엇을 지원해 주려고 했던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가족들이 기자회견도 하고, 협의회를 만들기로 하면서 그 이후에라도 행안부에서 연락이 온 게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 저뿐만 아니고 다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출범하면 정부에 가장 먼저 요구할 사항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일단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는 "유가족들을 전부 한 자리에 모아놓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을 기대하고 바라고 있다"며 "이 참사를 정치 논리로 끌고가지 말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진행되는 국정조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저희가 국정조사에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국정조사를 놓고 여러가지 잡음이 일어나는 것이 참 답답하다. 다른 것 결부시키지 말고 오롯이 국정조사에만 최선을 다해주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아버지는 "무엇보다 유가족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유가족들끼리 달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서로 치유할 수 있게 해줘야만 분노를 삭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소통 공간을 만들면 우리가 다른 목소리를 내서 정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지 우려해서 자꾸 막는지 모르겠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족끼리 서로 연락할 수 있게 명단도 유족한테 제공해주고, 공간도 마련해 달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왜 어려운 건지 잘 모르겠다며 "사실 정부가 저희들을 그냥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진행자가 '이 자리를 빌려서 대통령이든, 행안부 장관이든, 아니면 정부 전체가 됐든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故 이주영 씨 아버지는 "10월 29일 날 밤에 살려달라고 절규하며 외치는 아이들에게 국가는 없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가족에게도 국가는 없었다. 저희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돌려주시기 바란다.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