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거부 확고, 총파업 지속…범정부 차원의 탄압 기획"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30일 정부가 시멘트 운송부문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한 것에 대해 "화물연대 총파업의 원인은 정부가 합의를 뒤집은 것에 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총파업을 멈출 수는 없다"며 "조합원들 역시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에게는 계엄령 수준의 어마어마한 명령"이라면서 "화물노동자들의 생계, 화물운송종사 자격증의 취소 권한 등을 정부가 잡고 화물노동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법이기 때문에 저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합원들의 동요는 전혀 없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나 총파업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대다수 현장 조합원들은 총파업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오늘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당사자들이 업무개시명령 거부하는 기자회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일주일째 계속되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국가 핵심기반인 물류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며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에서 정한 제재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업무개시명령이 총파업을 무력화시키고 화물노동자들 간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동되는 것"이라며 "이번 총파업은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굉장히 가시적으로 많았다. 지난 6월 총파업 때부터 안전운임제도 지지 등 비조합원의 참여가 많았는데, 업무개시명령은 조합원보다 비조합원들을 타격해 정부가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본다. 비조합원들부터 업무 복귀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파업의 파급력은 약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조합원의 참여가 어느 정도인지 묻자 "비조합원이라 정확하게 집계가 되지 못하는데 화물노동자 전체가 40만명이 넘고, 조합원은 2만5천명 수준"이라며 "조합원 2만5천명은 다 섰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의 비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주지 않으면 이 정도의 경제적 타격이나 파업 파급력은 불가능하므로 그런 것들을 통해 비조합원들의 수를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개시명령이 위헌 소지가 있고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에도 저촉된다는 화물연대 주장에 대해 "ILO에서 105호 강제노동금지 협약이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다 적용되는 협약이다. 우리나라가 비준하고 있지 않더라도 회원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효력이 있는 법적 의무가 있는 조항"이라며 "개인의 중대한 사안이 아닌 경우에는 개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동이나 업무에 대해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에도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노동자를 자영업자라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많이 양보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들한테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이고, 정부가 명령을 통해서 일에 복귀해라 말아라 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이, 안전운임을 지키지 않은 화주들 운송사들은 처벌이 한 건도 없는데 이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에는 법과 원칙이라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은 상당히 위헌적 소지나 국제법적 문제가 있음에도 총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런 수단을 활용한 점에서 굉장히 편향적인 원칙"이라고 비판했다.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노무현 정부 때 정부발의로 도입됐다는 주장에 대해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화물연대 총파업을 제재할 수단으로 도입된 법으로 그동안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며 "이 법을 내렸을 때 화물노동자 기본권 침해 우려, 위헌적 소지가 있는 부분에서 신중히 고려됐던 점인데 그런 고려 없이 정부는 이번 총파업에 들어갈 때부터 업무개시명령 수단을 사용해 총파업을 탄압하겠다라는 기조와 결정을 세워놓고 그것들을 발동하기 위한 단계적 수준을 각본처럼, 계획처럼 밟았다고 생각한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지난 1차 교섭 결렬과 관련 "지난 교섭 때 국토교통부 2차관께서 나와 '국토교통부는 권한이 없다', '범정부 차원에서, 정권 차원에서 결정된 사항이라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라는 말을 반복했다"며 "그러면 이 자리는 대체 무슨 자리냐라고 물어봤을 때 화물연대의 입장을 대통령실에 잘 보고하겠다. 전달창구 정도의 역할밖에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범정부 차원에서 대통령실 차원에서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걸 의미미한다"며 "실제 원희룡 장관이 정권의 기조를 가장 선봉에서 대변하는 듯한 발언과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토부를 포함한 범정권 차원에서 화물연대 탄압을 기획하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자동차·곡물 운반 화물기사의 월평균 순소득이 500만원을 넘는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소득의 근거도 약간 부풀려져 있다"며 "실제로 조합원들과 조사했을 때는 300만원 중반대에서 400만원 초반대 정도, 많아도 이 정도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어 소득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일하는 시간을 보면 (하루에) 14시간 많게는 16시간까지도 일하는 분이 대다수"라며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는 그렇게 고소득이 아니고, '최저시급'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대를 요구하는 품목이 단순히 임금이 낮아서 임금을 올려달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제도 취지를 봤을 때 5개 품목은 사고 위험이 굉장히 높다. 실제 과적도 굉장히 만연하다. 안전한 운행이 보장돼야 하는 품목들이라 안전운임제도를 단순히 이기적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 정도로 폄하시키기 위한 왜곡적인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