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사의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에, 위메이드 법적 대응 나서
24일, 닥사 '중대한 유통량 위반' 등으로 위믹스 거래 지원 중단 결정
금융전문가들, 닥사 결정에 '담합 행위' vs '불가피한 조치' 의견 나뉘어
◆…국내 상장 8대 게임사 중 하나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는 지난달 27일 DAXA 측으로부터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었으며, 한 달 가까이 진행된 검토 끝에 지난 24일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닥사)의 '위믹스(WEMIX)' 코인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발행사인 위메이드 측이 불복하고 나서면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당 코인은 국내 상장 8대 게임사 중 하나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로 지난달 27일 닥사 측으로부터 '유의종목'으로 지정됐고, 한 달 가까이 진행된 검토 끝에 지난 24일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당시 닥사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을 폐지 사유로 들었다. 특히 위믹스 측이 닥사 회원사인 업비트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보다 7200만 개 많은 위믹스 코인이 시중에 실제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결정적 이유다.
닥사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위믹스의 유의종목 지정 후 2차례에 걸친 소명기간 연장을 통해 약 29일 동안 총 16차례의 소명을 거쳤다"며 "위믹스 측은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거래지원을 종료하는 것이 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타당하다는 각 회원사의 일치된 결론에 따라 이번 결정이 이뤄졌다"고 상장폐지 결정이 타당했음을 거듭 확인했다.
문제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24일 위믹스 코인 가격이 2315원(24일 오후 7시 기준)에서 694원(24일 오후 8시 26분 기준)으로 두 시간 사이에 70% 이상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위메이드 주식도 같은날 코스닥 시장에서 주당 5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가 상장폐지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음 날인 25일 30%(3만9400원) 이상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피해가 확산됐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입법 공백 속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구축된 자율협의체인 닥사가 내린 이번 결정이 과연 본연의 취지에 맞는 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금융업계에 종사해온 한 전문가는 닥사의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닥사 5개 회원사(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임직원 중 위믹스에 투자했다가 상장폐지를 앞두고 매각한 경우가 존재한다면 명백한 내부자 거래이며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상장폐지 결정에 앞서 닥사 내 위믹스 투자자들이 사전정보를 토대로 매각을 한 경우가 있다면 이는 명백한 '내부자 거래'라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담합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담합은 시장 경쟁 상황을 저하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대표적인 예로) 가격을 올려서 이득을 취하는 것인데, 닥사가 이번 조치로 어떤 이득을 취하였는지가 불분명하다"며 "닥사 측은 자체 마련한 공동 가이드라인 상에서 위믹스 코인에 대해 위법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닥사의 이번 공동 대응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데에 의견을 보탰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는 "루나·테라 사태 때 거래소마다 상폐일이 서로 달라 시장에 혼란이 있었고 이후 닥사에서 공통적인 심사를 통해 같은 날짜에 상폐하는 게 낫지 않냐고 본 것"이라며 "상폐일이 다르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 측은 내달 8일 예정된 상장폐지 건에 대해 이번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상장폐지가 12월 8일로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가처분 신청과 공정위 제소를 그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해당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계약서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권오훈 변호사는 "위메이드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계약서에 유통량을 얼마나 알려야 할지 의무가 명시 되어 있을 것인데, 위믹스 측이 실제 유통량을 속인 부분이 있다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현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 추진 중인 내용 가운데 가상자산 상장폐지 제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