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헐값에 팔린 나라 땅, 수의계약 남발 탓…"예외조항 줄여야"

KDI, 2007~2018년 국유지 매각 분석하니
민간 거래가격 보다 약 18~23% 낮게 팔려
"수의계약 의한 매각 탓"…비중은 97% 달해
"지나치게 많은 매각 예외규정 재정립 필요"

정부의 국유재산 운용이 '헐값 매각' 논란으로 불거질 기세다. 정부가 국유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자산을 처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잠재적 경쟁입찰 참여자들을 배제한 채 제한경쟁으로 일관하다 보니,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도가 이루어졌다. 약 18%나 싸게 팔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에서 지나치게 규정하고 있는 '매각 예외'를 손질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내놓은 '국유재산 매각 효율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유지는 민간 거래 시의 예상 가격보다 단위면적당 약 18~23%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했다. 이러한 수치는 2007~2018년까지 매각된 일반재산 국유지 전수자료(19만건)·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토지매각 자료(730만건)를 비교해서 얻어낸 결과다. 토지의 지역적 특성과 거래시점 등은 통제하고, 같은 지역에서 거래된 유사한 토지의 가격과 비교하는 등 분석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수의계약으로 국유지 매각이 이루어졌을 경우엔 민간 대비 16.8~19.9% 낮은 가격에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쟁계약을 할 경우엔 민간 예상 가격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국가채무를 줄이려는 수단인 국유재산 매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수의계약 비중은 2013년 75%에서 2018년 92%까지 치솟았다. 2018~2021년 사이 이루어진 국유재산 매각은 수의계약 비중이 97%에 이른다. 국유재산법에서 재산 매각은 경쟁계약이 원칙이다. 하지만 수의매각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령이 31개에 달할 정도로 통제는 느슨하다.

최근 5년(2017~2021년)간 국유지를 매각한데 따른 한 해 평균 수입은 1조1000억원이다. 국유지 매각수입은 일반재산 운용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에 헐값 매각을 막으려면 수의계약 적용대상에 대한 합리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오 팀장은 "국유재산 운영 수입의 대부분이 매각에 의존하고 있으나, 수의계약을 중심으로 민간 대비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며 "국유재산세법에 명시된 지나치게 많은 매각 예외규정들에 대해 제도적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향후 재정여력 감소로 국유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하는 만큼 중장기적 관리체계도 정립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다. 오 팀장은 "국유부동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청사 등 국공유 부동산 사용에 대해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등의 전환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