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민간소비, 글로벌 경기둔화·금리상승에 회복세 약화 우려”

민간소비가 해외소비는 확대되겠지만 금리 상승 등으로 재화소비가 부진하고 서비스소비의 회복흐름도 약화되면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금리상승 속도, 폭에 따라 민간소비 회복경로에 하방압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향후 재화, 서비스, 해외소비의 회복경로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민간소비는 금년 2분기 이후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고인플레이션 지속, 금리상승,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회복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2분기 재화소비는 추세수준에 근접한 반면 서비스소비는 추세 대비 98%, 해외소비는 28%로 추세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형태별 소비 여건으로 보면 실질구매력 증가세 둔화, 가계저축 누증 등은 공통요인으로 작용하고 펜트업 수요(억눌렸던 수요) 등은 개별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공통요인을 살펴보면 향후 글로벌 경기둔화로 고용 회복 및 임금 상승 속도가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보이며 주택가격 하락도 역(逆)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팬데믹 이후 축적된 초과저축(민간소비의 약 10%, 21년)의 일부가 소비재원(buffer)으로 활용되면서 소득 충격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개별요인을 보면 금리상승 및 소비심리 부진의 영향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재화소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승용차(내구재중 44%) 소비를 제약했던 생산차질 문제가 개선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야외활동 축소에 따라 부진했던 의복(준내구재의 60%)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향후 재화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서비스소비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향후 펜트업 수요가 점차 해소되면서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면서비스소비가 코로나 이전 추세 수준을 여전히 하회하는 데다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문화·예술·스포츠 행사가 재개되는 등 대면서비스 소비의 추가 확대 여지는 당분간 상존할 것으로 판단했다.

해외소비의 경우 국내외 출입국 방역조치 해제, 경제주체들의 감염병 민감도 저하로 향후 해외여행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출국자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향후 각국의 입국규제 완화, 항공사의 국제선 증편 등으로 회복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향후 민간소비는 펜트업 효과에 힘입어 해외소비가 크게 확대되겠으나 실질구매력 둔화, 자산가격 하락, 금리 상승 등으로 재화소비가 부진하고 서비스소비의 회복흐름도 약화되면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금리 상승의 속도와 그 폭에 따라 민간소비 회복경로에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오태희, 조주연 과장은 “가계의 이자부 자산 및 부채 규모, 예대금리차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상승시 가계의 이자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민간소비 여력이 축소되는 것으로 추산됐다”며 “가구별 채무부담(DSR) 분포를 감안할 때 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과다차입 등 취약가구의 채무부담이 비선형적으로 확대되어 소비여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이 경기 부진, 자산가격 급락, 고용사정 악화 등으로 이어질 경우 민간소비에 대한 영향이 더욱 커질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