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인상 두려우면 시장조치라도 취해야

달러를 퍼부어 환율을 방어하려는 한국 금융 당국과 달리 대만은 더 적극적인 개입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친롱(楊金龍) 대만은행 총재는 27일 의원들의 질의에 “대만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양안의 긴장 관계로 인해 상당한 외화 유출이 발생할 경우 외환 통제와 함께 주식 공매도 금지와 같은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외 유출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유출은 제한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황텐무(黃天牧) 위원장도 정부가 주식 공매도 금지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위험성이 큰 외환 퍼붓기를 통한 환율 안정을 꾀하기보다는 정책을 통해 해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올해 들어 글로벌 펀드가 사상 최대인 430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도, 외화를 유출하면서 26일 대만달러 가치가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홍콩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 아시아 FX 및 금리전략가 스티븐 치우(趙志軒)는 “외환통제를 채택하는 것이 통화가치를 유지하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며 “미국 달러의 강세가 계속된다면 주요 경제국들도 이 길을 택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 강세가 세계 통화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27일 영국 파운드화는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고, 일본 엔화 역시 달러당 145엔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하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1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한국 원화도 1998년 3월 23일 1,457원 이후 2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9일 오전 11시 23분 현재 전일 대비 12.50원 오른 1,439.50달러로 1,45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상황이 매우 위중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금융 당국이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부동산담보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간 행보에 비춰 우리 금융 당국이 미국보다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 방안도 보이지 상황이라면 주식 공매도 금지나 환율 통제 같은 방법도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주목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