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엔총회 계기 한일정상회담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

일본 정부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공식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 마이니치 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앞서 한국 대통령실은 오는 20∼21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기로 양국이 합의하고 30분으로 예정된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본 정부가 한국 측에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산케이 신문(産経新聞)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일본 외무성도 "신뢰 관계에 관련된 사안"이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발표는 삼가달라"고 말했다.

산케이는 "한국의 이같은 발표는 일본 정부 내에서도 혼란을 야기했다"며 "일본 측은 이른바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 문제에 진전이 없는 채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에 신중하다"고 했다. 다만 신문은 유엔총회에서 양국 정상이 짧은 시간 서서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 신문(毎日新聞)도 이날 "한국 정부가 개최한다고 발표한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이상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또 한일간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판결 문제로 인한 갈등이 해결될 여지가 없어 대면 형식의 정상회담은 열리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5일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선 '사실무근'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어 유엔총회 계기로 한일 정상 간 접촉이 실현되더라도 서서 이야기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2018년 일제강점기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동을 한 한국인 징용자들이 이들 회사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서 배상하라고 명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본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9년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며 '노재팬' 열풍이 불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오는 19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전세기를 타고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뉴욕으로 출발한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유엔 개혁을 호소할 방침이다.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의 영향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었던 점을 근거로 안보리를 포함한 유엔 개혁과 기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