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친명계 집단 성명 "밀실야합 가능성 높은 '여야 중진협의체' 반대한다"

친명계 野 의원, 여야중진협의체 반대 성명... "밀실야합·갈등 가능성"

"중진, 자문 역할까지... 의사결정 옳지 않아"

"無선출 권력에 중대 권한, 책임정치 아냐"

이재명도 전날 토론회서 반대 "자문기구면 모를까"

민주당 의원 22명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 23명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협의체 운영은 토론장을 벗어나 밀실야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와 달리 중진협의체는 누구에게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며 아무런 근거 없이 중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기구가 중대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진협의체가 가동된다면 주요 결정사항을 당과 원내 지도부가 아닌 중진협의체가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며 "책임은 당대표 등 당지도부가 지고, 결정은 중진협의체가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이며, 책임정치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진협의체를 운영하면, 민주당은 권한을 하나도 행사하지 못한 채 정부의 책임만 나눠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무능한 정부를 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야당이 필요한 것이지 정부의 들러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중진협의체를 운영하고 그 결과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2014년 제정된 '중진협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국회 규정'은 국회 운영위원회나 본회의 의결 절차 없이 국회의장의 결재만으로 확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이나 법률 심지어 당규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국회 운영 규정 하나로 당 지도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맞지 않는다"며 "이는 국회에서 제대로 된 입법절차 없이 시행령만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와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진협의체 운영은 토론장을 벗어나 밀실야합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제대로 된 정치는 제대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제대로 정치 역할을 하면 된다. 지금 필요한 일은 새롭게 구성될 민주당 새 지도부가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의사결정은 (중진 협의체가 아닌) 대표성을 띄는 원내 지도부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맞다"면서 중진협의체가 아닌 여야정 협의체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영덕 의원도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며 필요하면 여야의 다양한 의원들과 소통하는 건 권할 일"이라면서도 "이걸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빨리 그 꿈에서 깨어나는 게 좋겠다. 필요하면 여야 대표들과 만나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중진협의체를 제안한 김진표 의장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민형배 의원은 "의장의 권한, 지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고, 유정주 의원도 '월권'이라고 꼬집었다.

김용민 의원은 "사실 김 의장과도 소통을 하긴 했다"며 "의장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했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김 의장은) 우리 의견을 잘 참고했다는 답도 줬다"고 전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당대표가 된 후 중진협의체를 받아들일 경우에도 반대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과 상관없다. 이 후보가 (수용하는 건) 또 다른 얘기"라며 "우리는 어떻든 기본적 책임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은 걸 만든다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성명에는 민주당 김용민, 김병기, 김영호, 김윤덕, 박찬대, 신정훈, 임종성, 강민정, 강준현, 김병주, 김수홍, 김승원, 양이원영, 유정주, 윤영덕, 윤재갑, 장경태, 정일영, 정필모, 주철현, 최강욱, 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참여했다.
 
한편, '중진협의체'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국회 의장단의 만찬에서 경색된 정국을 푸는 열쇠로 김 의장이 제안한 구상이다. 김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는 4선 이상을 참석 대상으로 하되, 처음에는 여야 6명씩 5선 이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거기에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필요하면 민생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장 등이 함께 참여해 토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윤 대통령께 이런 구상을 말하자 관심을 표명하면서 '좋은 방안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